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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료실49

이경재, 59세, 부산의 구청 행정직 5급 과장, 정년퇴직까지 9개월 현재의 하루오전 5시 56분경재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평일에는 거의 같은 시간이다.아내는 계속 자고 있다.경재는 거실로 나와 물을 한 잔 마시고 혈압을 잰다.128에 82.수치를 휴대전화 건강 앱에 입력한다.그다음 뉴스 앱을 연다.기사는 여러 개 읽지만 댓글은 거의 보지 않는다.“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댓글 숫자가 많은 기사는 눌러본다.오전 6시 42분아내와 아침을 먹는다.아내가 말한다.“다음 주 목요일 병원 가는 거 기억하지?”“응.”“또 회의 있다고 미루지 말고.”“회의 잡히면 어쩔 수 없지.”아내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당신 퇴직하면 구청 문 닫아?”경재가 웃는다.“내가 언제 그렇게 했다고.”아내도 웃지만 대답하지 않는다.경재는 속으로 생각한다.내가 놀고 싶어서 .. 2026. 8. 12.
유리 코바치, 58세, 26년 동안 세계 각지의 재난 현장에서 시신 신원확인과 유해 수습을 담당해온 법의학 전문가 1. 현재의 삶유리는 현재 중앙유럽의 한 대학병원 법의학센터에서 일한다.그의 업무는 일반적인 부검만이 아니다.대형 항공사고, 지진, 화재, 홍수, 전쟁 이후처럼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현장에 국제팀과 함께 파견된다.그가 직접 참여한 재난만 20건이 넘는다.어떤 현장에서는 수백 명의 희생자를 식별해야 했다.그의 역할은 시신이나 유해에서 신원 정보를 확보하고, DNA·치과 기록·신체 특징 등을 비교해 가족에게 정확한 신원을 돌려주는 것이다.그는 “죽음을 많이 본 사람”이라고 표현되는 것을 싫어한다.그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이름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평상시 그의 생활은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다.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집에는 불필요한 물건이 거의 없다.여행.. 2026. 8. 12.
김란, 44세, 전남 해남에서 남편과 시설채소 농사를 짓는 귀화 한국인 현재의 하루오전 5시 21분란은 남편의 알람 소리에 깬다.남편이 손을 뻗어 알람을 끈다.란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오늘은 출하하는 날이다.5분 정도 더 누워 있다가 먼저 일어난다.주방에 나가 밥솥을 열고 남은 밥을 확인한다.두 사람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다.햇반을 하나 데울까 하다가 국수를 삶는다.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온다.“아침부터 국수야?”“밥 없잖아.”“햇반 있던데.”“그건 지민이 먹으라고 놔둔 거.”남편이 웃는다.“딸은 학교 기숙사에 있는데?”란은 냉장고를 열다 잠깐 멈춘다.“주말에 오잖아.”금요일이다.딸은 내일 온다.햇반 한 개를 굳이 아껴둘 이유는 없다.란도 안다.그래도 그대로 둔다.오전 6시 17분비닐하우스 안은 벌써 덥다.란과 남편은 파프리카를 선별한다.남편이 상자에 담고 .. 2026. 8. 12.
사미라 알하산, 34세, 11살부터 17살까지 폐쇄적인 종교 공동체에서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되어 성장한 뒤 탈출한 사람 1. 현재의 삶사미라는 현재 캐나다의 한 도시에서 의료통역사로 일한다.겉으로 보면 그녀의 생활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작은 아파트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주말에는 도서관이나 공원에 간다.하지만 일상적인 선택 하나하나가 그녀에게는 오랫동안 낯선 일이었다.옷을 고르는 것.혼자 식당에 가는 것.친구와 여행을 계획하는 것.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것.어떤 책을 읽을지 결정하는 것.사미라가 성장한 공동체에서는 이런 결정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하지 않았다.공동체 지도부가 복장, 교육, 결혼, 외부인과의 접촉을 규정했다.텔레비전과 인터넷은 없었다.외부 사회는 타락하고 위험하며 결국 붕괴할 곳이라고 배웠다.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동시에 선택이 너무 많은 환경에.. 2026. 8. 12.
마테오 실바, 47세, 한때 1만 8천 명을 고용했던 기업 창업자였지만 지금은 개인파산 절차를 마치고 작은 임대주택에서 사는 사람 1. 현재의 삶마테오는 포르투갈 북부의 중소도시 외곽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임대주택에서 혼자 산다. 지금 그의 명의로 된 재산은 오래된 승용차 한 대와 노트북, 몇 벌의 옷, 그리고 법적으로 압류 대상이 아닌 최소한의 생활용품 정도다.그런데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럽과 남미에 물류센터를 둔 전자상거래 물류기업의 창업자였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한때 수조 원대로 평가됐고, 마테오의 지분가치는 최고점에서 약 8천억 원에 달했다.개인비서가 세 명 있었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결재가 그의 손을 거쳤다.지금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파산 이후의 기업 정리, 구조조정 경험을 강연하거나 자문하며 생활비를 번다. 수입은 일정하지 않다.흥미로운 점은 그가 돈을 쓰는 방식이다.슈퍼마켓에서 3유로짜리 물건과 4.. 2026. 8. 12.
김도현, 17세, 군산의 특성화고 자동차과 2학년 현재의 하루오전 6시 38분도현은 알람이 세 번째 울리고 나서야 눈을 뜬다.침대 옆에는 어제 벗어놓은 교복 바지가 뒤집힌 채 놓여 있다. 방 한쪽에는 자동차 정비기능사 필기 문제집과 게임용 키보드 상자가 나란히 쌓여 있다.휴대전화를 보니 같은 반 단체방에 메시지가 47개 와 있다.누군가 어젯밤 학교 근처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고, 친구들이 새벽까지 농담을 주고받았다.도현은 대화를 위로 올려보지만 답은 하지 않는다.반 친구 승우가 올린 사진이 눈에 걸린다.아버지가 새 차를 샀다는 사진이다.친구들이 댓글을 달았다.미쳤다ㅋㅋ너네 집 돈 많네한 번 태워줘라도현은 사진을 확대했다가 바로 닫는다.차가 뭐 대단하다고.그리고 화장실로 간다.오전 7시 04분어머니가 식탁에 계란프라이와 김을 놓는다.“빨리 먹어. 버스 놓친.. 2026. 8. 12.
한지윤, 41세, 서울의 개원 치과의사, 결혼 9년 차·자녀 없음 현재의 하루오전 6시 11분한지윤은 알람이 울리기 4분 전에 눈을 뜬다.옆에서 남편은 자고 있다.휴대전화를 확인한다.병원 단체방 메시지가 두 개 와 있다.원장님 10시 임플란트 환자 CT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재료 업체에서 오늘 2시 방문 가능하답니다.지윤은 침대에서 바로 답한다.확인했습니다. 9시 30분 전에 기존 영상 먼저 올려주세요.답을 보내고 나서 생각한다.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 시작했네.그러면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않는다.오전 6시 43분집 근처 헬스장에 간다.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한다.러닝머신 20분, 하체 운동 세 종류.운동 앱에는 주 4회가 목표라고 적혀 있다.이번 주는 오늘이 두 번째다.그녀는 오늘 운동한 사실보다 지난 이틀 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먼저 생각한다.거울 앞에서.. 2026. 8. 11.
강태수, 46세, 평택의 건설현장 콘크리트 펌프카 기사 현재의 하루오전 4시 36분강태수의 알람이 울린다.한 번에 끈다.아내는 옆에서 계속 잔다.태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간다.냉장고에서 전날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꺼낸다.전자레인지에 돌리면서 날씨 앱을 본다.비 올 확률 60%.“애매하게 오네.”비가 많이 오면 작업이 미뤄질 수 있다.일을 쉬게 되면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 비가 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펌프카 할부금, 보험료, 유류비를 계산하면 하루 작업이 취소되는 것이 단순한 휴일은 아니다.오전 5시 17분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채 차에 오른다.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어젯밤 보낸 문자가 생각난다.아빠 나 학원 하나 그만두면 안 돼?태수는 아직 답하지 않았다.아들의 수학학원비는 월 42만 원이다.최근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태수는 학원을 .. 2026. 8. 11.
윤복순, 72세, 충북 제천에서 혼자 사는 은퇴한 세탁소 운영자 오전 5시 48분윤복순은 알람 없이 눈을 뜬다.휴대전화 화면을 켜니 5시 48분이다.다시 잘 수도 있지만 일어나기로 한다.침대 끝에 앉아 발목을 몇 번 돌린다. 오른쪽 무릎이 뻣뻣하다.“오늘은 괜찮네.”혼잣말을 한다.사실 어제보다 조금 아프다.하지만 복순에게 몸이 아프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이 정도 가지고 병원을 가나.주방으로 가서 전기포트에 물을 올린다.냉장고를 열어보니 며느리가 지난주에 가져다준 요구르트가 있다.유통기한을 확인한다.오늘까지다.요구르트를 꺼내면서도 잠깐 생각한다.저번에 뭐 사오지 말라고 했는데.며느리가 싫어서가 아니다.오히려 고맙다.하지만 누군가 자기 냉장고 안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판단하는 상황이 조금 싫다.커피믹스 하나를 컵에 뜯어 넣는.. 2026.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