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82 권명자, 76세, 경북 봉화에서 혼자 살며 작은 밭을 일구는 사별 여성 현재의 하루오전 5시 18분명자는 창문 밖에서 새소리가 들려 눈을 뜬다.알람은 없다.오래된 단독주택.남편이 살아 있을 때부터 40년 넘게 살던 집이다.명자는 이불을 개고 부엌으로 간다.전기밥솥을 연다.어제 한 밥이 한 공기 정도 남았다.물을 조금 부어 누룽지처럼 끓인다.식탁에는 반찬 세 가지가 놓여 있다.마늘장아찌.깻잎.멸치볶음.명자는 라디오를 켠다.지역 날씨가 나온다.오후에 소나기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창밖을 본다.“비 올 얼굴이 아닌데.”기상예보보다 자기 눈을 조금 더 믿는다.하지만 나갈 때 우산은 챙길 것이다.오전 6시 07분고무장화를 신고 밭으로 나간다.집 뒤 200평 남짓한 작은 밭이다.고추와 상추, 들깨를 심었다.돈을 벌기 위한 농사는 아니다.명자는 호미를 들고 잡초를 뽑는다.옆집 김씨 할머니.. 2026. 8. 15. 조현우, 43세, 서울 대치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고소득 강사 현재의 하루오전 7시 34분현우는 강남의 아파트에서 혼자 눈을 뜬다.알람은 7시 50분에 맞춰져 있다.그보다 먼저 깼다.침실 창밖으로 아침 햇빛이 들어온다.현우는 침대에 누운 채 학원 매출관리 앱부터 연다.이번 달 결제 예정액.신규 등록.퇴원생.세 숫자를 순서대로 본다.신규보다 퇴원생 한 명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지난달 성적이 올랐는데 왜 그만뒀는지 생각한다.학부모가“집이 멀어서요.”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현우는 그 이유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다른 데 간 거겠지.확인할 방법은 없다.그래도 머릿속에서는 이유를 찾는다.오전 8시 12분주방에서 캡슐커피를 내린다.냉장고에는 샐러드와 달걀, 생수 정도만 있다.현우는 배달앱으로 아침 샌드위치를 주문한다.결제금액 18,600원.아무 .. 2026. 8. 15. 아딜 라만, 61세, 독재정권의 검열기관에서 17년 동안 무엇이 국민에게 보이고 사라질지를 결정하다 망명한 전직 고위 관료 1. 현재의 삶아딜은 현재 북유럽의 한 중소도시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그가 사는 아파트는 방 세 개짜리 평범한 임대주택이다. 과거에는 운전기사가 있었고 정부기관 경비원이 집 앞을 지켰지만, 지금은 장을 보기 위해 직접 버스를 탄다.공식적으로 그는 은퇴한 번역가다.실제로는 대학이나 인권단체의 요청을 받아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의 선전·검열 구조를 설명하는 비공개 세미나에 가끔 참석한다.아딜은 군인도 고문기술자도 아니었다.사람을 직접 체포한 적도 거의 없다.그러나 그가 서명한 서류 때문에 신문기사가 사라졌고, 영화가 상영금지됐으며, 작가가 출판하지 못했고, 어떤 사건은 국민에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됐다.그가 맡았던 부서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보고가 올라왔다.어떤 시위 사진을 내보낼 것인가.사망자 숫자를 공개.. 2026. 8. 15. 우울감은 게으름과 무엇이 다를까? 심리학이 설명하는 우울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의욕이 떨어지는 시기를 경험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좋아하던 취미조차 귀찮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 아닐까?" 이러한 생각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생산성과 성취를 강조하기 때문에 쉬고 싶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정말 그것은 게으름일까요.아니면 우울감일까요. 많은 사람이 우울과 게으름을 혼동합니다. 겉으로 보이.. 2026. 8. 15. 배수진, 34세, 인천 대학병원 미화원, 이혼 후 초등학생 아들을 공동양육 중 현재의 하루오전 4시 52분수진은 휴대전화 진동이 두 번 울리기 전에 눈을 뜬다.원룸보다 조금 큰 12평짜리 빌라.방 하나는 수진이 쓰고 작은 방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윤재의 침대가 있다.오늘 윤재는 없다.이번 주 평일은 전남편 집에서 지낸다.수진은 빈 방문을 한번 보고 욕실로 간다.세수를 하고 작업복 안에 입을 검은 티셔츠를 꺼낸다.거울 앞에서 머리를 묶다가 눈썹이 한쪽만 흐린 것을 발견한다.잠깐 고민하다 다시 그린다.병원에서 마스크를 쓰면 얼굴 대부분이 가려진다.그래도 눈썹은 그린다.내가 보려고 하는 거지.전자레인지에 어제 남은 밥을 데운다.김에 밥을 싸 먹으면서 휴대전화로 통장 잔액을 확인한다.월급날까지 8일.잔액 38만6천 원.교통비와 보험료가 빠져나가도 큰 문제는 없다.윤재 생일 선물로 사주.. 2026. 8. 15. 장민규, 31세, 부산 부모 집에서 3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장기 미취업자 현재의 하루오전 9시 47분민규는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보고 다시 눈을 감는다.9시 47분.잠든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었다.알람은 오전 8시에 세 번 울렸다.다 끈 기억은 있다.침대 옆 휴대전화에는 어머니 메시지가 와 있다.밥 냉장고에 있다. 나간다.민규는 침대에서 20분 정도 더 누워 있다.잠이 오는 것은 아니다.유튜브를 본다.영상 하나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계속 넘긴다.게임 리뷰.경제 뉴스.운동 영상.취업 관련 쇼츠가 뜨자 바로 넘긴다.흥미가 없어서라기보다 아침부터 보기 싫다.오전 10시 23분방문을 연다.집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는 물류회사 관리직으로 출근했고 어머니는 오전에 동네 식당에서 일한다.민규는 냉장고에서 밥을 꺼낸다.국을 데우면서 식탁 위 우편물을 본다.동생 앞으로 온 카드 명세서.민규의.. 2026. 8. 14. 에밀리 카터, 44세, 해저 석유·가스 설비를 수리하기 위해 한 번에 3~4주씩 고압 환경에 갇혀 생활하는 포화잠수사 1. 현재의 삶에밀리는 북해와 북대서양의 해양플랜트에서 일하는 포화잠수사다.일반적인 스쿠버다이버와는 생활방식 자체가 다르다.깊은 바다에서 오래 작업하려면 잠수사 몸속 조직이 높은 압력에 적응해야 한다.문제는 깊은 곳에서 작업할 때마다 수면으로 올라와 감압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그래서 포화잠수사들은 일정 기간 아예 높은 압력 상태에서 생활한다.에밀리는 한 작업에 들어가면 동료 몇 명과 금속으로 된 압력실에서 약 3주를 생활한다.잠을 잔다.먹는다.영화를 본다.다른 사람과 이야기한다.모두 높은 압력 속에서 한다.작업할 때는 압력실에서 잠수종을 타고 해저로 내려간다.수심 100~200m 아래에서 파이프를 점검하고 용접하거나 밸브를 교체한다.작업을 끝내면 다시 압력실로 돌아온다.하지만 집으로 돌아.. 2026. 8. 14. 임선영, 49세, 대전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재혼 여성 현재의 하루오전 5시 49분선영은 알람을 끄고 바로 일어난다.침대 옆 남편 동수는 코를 골며 잔다.선영은 욕실 거울 앞에서 얼굴을 가까이 본다.왼쪽 눈 아래가 조금 부었다.“어제 짜게 먹었나.”냉장고에서 차가운 숟가락을 꺼내 눈 밑에 댄다.오늘 오전에는 고객 두 명을 만나고 점심에는 예전 직장 동료 모임이 있다.화장을 평소보다 조금 오래 한다.선영은 외모에 집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니 단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어제 온라인으로 본 18만 원짜리 재킷이 떠오른다.살까 말까 고민하다 구매하지 않았다.옷은 이미 많다.그런데 오늘 같은 날에는그거 하나 있었으면 딱인데.라는 생각이 든다.오전 6시 31분남편이 일어나 주방으로 나온다.“오늘 어디 가?”“둔산동 두 군데. 점심 약속.”“저녁.. 2026. 8. 14. 셀린 바우어, 39세, 가족이 보유한 약 1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지만 개인 명의 재산은 거의 없는 초부유층 후계자 1. 현재의 삶셀린은 스위스와 싱가포르를 오가며 생활한다.그녀의 가족은 세대에 걸쳐 산업용 장비·물류·부동산 기업을 소유해왔다.외부에서 보면 그녀는 억만장자다.실제로 그녀가 참여하는 가족 자산의 규모는 약 110억 달러다.그러나 셀린 개인 명의의 재산은 의외로 많지 않다.주요 재산은 가족재단, 신탁, 지주회사에 묶여 있다.그녀의 하루에는 일반인이 평생 경험하지 못할 규모의 결정들이 등장한다.오전에는 4억 달러 규모의 기업 인수 여부를 검토하고,오후에는 가족재단이 어떤 대학과 연구기관에 2천만 달러를 기부할지를 결정한다.저녁에는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이 기묘한 규모 차이가 그녀에게는 일상이다.셀린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누구를 믿어야 하는가이다.새로운 사람을.. 2026. 8. 14. 로버트 발레랑|좋은 열정과 위험한 집착은 무엇이 다를까? 열정의 이중모형 로버트 발레랑은 열정을 조화열정과 집착열정으로 구분한 심리학자입니다. 좋아하는 일이 성장과 행복이 되기도, 번아웃과 집착이 되기도 하는 이유를 심리학 연구로 알아봅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좋은 것 아닐까요?”우리는 흔히 열정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공부에 열정적인 학생, 일에 열정적인 직장인, 운동에 빠진 사람, 자신의 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창업가를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쉽습니다.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똑같이 어떤 일을 사랑하고 오랫동안 몰입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일 때문에 인간관계와 건강을 잃고 심지어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불안해합니다.캐나다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J. 발레랑(Robert J. Vallerand)은 바로 .. 2026. 8. 14.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