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자료실/인간 심리 관찰30 박준호, 37세, 세종시에서 세 아이를 돌보는 전업 아버지 현재의 하루오전 6시 07분준호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뜬다.옆자리에서 아내 지현은 아직 자고 있다.침대 발치에는 막내가 어젯밤 벗어놓은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다.준호는 양말을 집어 빨래바구니에 넣고 주방으로 간다.냉장고를 연다.계란 네 개.우유 반 통.어제 해둔 미역국.첫째는 계란찜을 좋아하고 둘째는 계란찜에 파가 들어가면 먹지 않는다.막내는 아침에 기분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준호는 계란을 세 개 꺼낸다.파는 따로 볶는다.물이 끓는 동안 학교 알림 앱을 확인한다.2학년 현장체험학습 준비물: 물통, 모자, 개인 돗자리돗자리.준호는 잠깐 멈춘다.집에 작은 돗자리가 있었던 것 같다.베란다 수납장을 머릿속으로 뒤진다.어디 넣었더라.지현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자신이 찾기로 한다.이런 질문을 하면 .. 2026. 8. 14. 문정희, 68세, 광주에서 혼자 살며 94세 어머니를 돌보는 은퇴 간호사 현재의 하루오전 6시 03분정희는 일어나자마자 커튼부터 연다.햇빛이 거실 바닥에 길게 들어온다.아파트는 조용하다.그녀는 혼자 산다.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를 확인한다.화: 엄마 피부과목: 요양보호사 휴무금: 수영오늘은 월요일이다.특별한 일정은 없어 보이지만 오전 10시에 어머니 집에 갈 예정이다.정희는 커피를 내리며 휴대전화를 확인한다.언니에게 메시지가 와 있다.엄마 어젯밤 또 잠 설쳤다더라. 오늘 가면 한번 봐줘.정희는 답한다.응.딱 한 글자다.메시지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언니도 가서 보면 되잖아.바로 이어서 생각한다.무릎 수술한 사람한테 뭘 바라냐.화를 냈다가 자신이 직접 취소한다.누구와도 말하지 않은 갈등이다.오전 7시 18분아파트 단지 근처 수영장에 간다.정희는 8년.. 2026. 8. 13. 오진석, 47세, 대구에서 배달대행 기사로 일하는 전 자영업자 현재의 하루오전 7시 26분진석은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도 한동안 일어나지 않는다.원룸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천장 가까이에 빨래 두 장이 걸려 있다.침대 옆 의자에는 검은 배달용 바지가 놓여 있다.휴대전화를 켠다.배달 앱.은행 앱.문자메시지.순서대로 확인한다.통장 잔액은 84만 3천 원.이번 주 금요일에 채무조정 상환금 46만 원이 빠져나간다.그 숫자를 알고 있었는데도 다시 확인한다.진석은 은행 앱을 닫으며 생각한다.이번 달도 되긴 되겠네.‘된다’는 것이 기쁜 건지 겨우 버틴다는 뜻인지는 애매하다.오전 8시 11분편의점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산다.점원이 묻는다.“봉투 필요하세요?”“아니요.”배달 가방 안에 넣으면 된다.계산을 기다리는데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진석을 알아본다.“어? 오 사장 아니야?”진.. 2026. 8. 13. 서예림, 22세,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 현재의 하루오전 7시 12분예림은 휴대전화 진동에 눈을 뜬다.대학교 기숙사 2인실.옆 침대의 룸메이트는 아직 자고 있다.알람을 끄려다 화면 위에 떠 있는 가족 단체방 메시지를 본다.어머니가 오전 6시 21분에 올렸다.오늘도 말씀 붙잡고 승리하자♡엄마가 새벽기도 때 예림이 기도했어.아버지는 엄지손가락 이모티콘을 달았다.남동생은 아무 반응이 없다.예림은 잠깐 고민하다 하트를 하나 누른다.답장을 쓰지는 않는다.그녀는 어머니가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싫지 않다.오히려 때때로 위로가 된다.그런데 요즘에는 저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아주 작은 숙제를 받은 기분도 든다.나는 오늘 뭘 승리해야 하는 거지.휴대전화를 뒤집어놓는다.5분만 더 누우려고 했는데 12분이 지나 있다.오전 8시 03분기숙사 식당에서 토스트와 삶.. 2026. 8. 13. 이경재, 59세, 부산의 구청 행정직 5급 과장, 정년퇴직까지 9개월 현재의 하루오전 5시 56분경재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평일에는 거의 같은 시간이다.아내는 계속 자고 있다.경재는 거실로 나와 물을 한 잔 마시고 혈압을 잰다.128에 82.수치를 휴대전화 건강 앱에 입력한다.그다음 뉴스 앱을 연다.기사는 여러 개 읽지만 댓글은 거의 보지 않는다.“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댓글 숫자가 많은 기사는 눌러본다.오전 6시 42분아내와 아침을 먹는다.아내가 말한다.“다음 주 목요일 병원 가는 거 기억하지?”“응.”“또 회의 있다고 미루지 말고.”“회의 잡히면 어쩔 수 없지.”아내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당신 퇴직하면 구청 문 닫아?”경재가 웃는다.“내가 언제 그렇게 했다고.”아내도 웃지만 대답하지 않는다.경재는 속으로 생각한다.내가 놀고 싶어서 .. 2026. 8. 12. 김란, 44세, 전남 해남에서 남편과 시설채소 농사를 짓는 귀화 한국인 현재의 하루오전 5시 21분란은 남편의 알람 소리에 깬다.남편이 손을 뻗어 알람을 끈다.란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오늘은 출하하는 날이다.5분 정도 더 누워 있다가 먼저 일어난다.주방에 나가 밥솥을 열고 남은 밥을 확인한다.두 사람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다.햇반을 하나 데울까 하다가 국수를 삶는다.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온다.“아침부터 국수야?”“밥 없잖아.”“햇반 있던데.”“그건 지민이 먹으라고 놔둔 거.”남편이 웃는다.“딸은 학교 기숙사에 있는데?”란은 냉장고를 열다 잠깐 멈춘다.“주말에 오잖아.”금요일이다.딸은 내일 온다.햇반 한 개를 굳이 아껴둘 이유는 없다.란도 안다.그래도 그대로 둔다.오전 6시 17분비닐하우스 안은 벌써 덥다.란과 남편은 파프리카를 선별한다.남편이 상자에 담고 .. 2026. 8. 12. 김도현, 17세, 군산의 특성화고 자동차과 2학년 현재의 하루오전 6시 38분도현은 알람이 세 번째 울리고 나서야 눈을 뜬다.침대 옆에는 어제 벗어놓은 교복 바지가 뒤집힌 채 놓여 있다. 방 한쪽에는 자동차 정비기능사 필기 문제집과 게임용 키보드 상자가 나란히 쌓여 있다.휴대전화를 보니 같은 반 단체방에 메시지가 47개 와 있다.누군가 어젯밤 학교 근처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고, 친구들이 새벽까지 농담을 주고받았다.도현은 대화를 위로 올려보지만 답은 하지 않는다.반 친구 승우가 올린 사진이 눈에 걸린다.아버지가 새 차를 샀다는 사진이다.친구들이 댓글을 달았다.미쳤다ㅋㅋ너네 집 돈 많네한 번 태워줘라도현은 사진을 확대했다가 바로 닫는다.차가 뭐 대단하다고.그리고 화장실로 간다.오전 7시 04분어머니가 식탁에 계란프라이와 김을 놓는다.“빨리 먹어. 버스 놓친.. 2026. 8. 12. 한지윤, 41세, 서울의 개원 치과의사, 결혼 9년 차·자녀 없음 현재의 하루오전 6시 11분한지윤은 알람이 울리기 4분 전에 눈을 뜬다.옆에서 남편은 자고 있다.휴대전화를 확인한다.병원 단체방 메시지가 두 개 와 있다.원장님 10시 임플란트 환자 CT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재료 업체에서 오늘 2시 방문 가능하답니다.지윤은 침대에서 바로 답한다.확인했습니다. 9시 30분 전에 기존 영상 먼저 올려주세요.답을 보내고 나서 생각한다.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 시작했네.그러면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않는다.오전 6시 43분집 근처 헬스장에 간다.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한다.러닝머신 20분, 하체 운동 세 종류.운동 앱에는 주 4회가 목표라고 적혀 있다.이번 주는 오늘이 두 번째다.그녀는 오늘 운동한 사실보다 지난 이틀 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먼저 생각한다.거울 앞에서.. 2026. 8. 11. 강태수, 46세, 평택의 건설현장 콘크리트 펌프카 기사 현재의 하루오전 4시 36분강태수의 알람이 울린다.한 번에 끈다.아내는 옆에서 계속 잔다.태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간다.냉장고에서 전날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꺼낸다.전자레인지에 돌리면서 날씨 앱을 본다.비 올 확률 60%.“애매하게 오네.”비가 많이 오면 작업이 미뤄질 수 있다.일을 쉬게 되면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 비가 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펌프카 할부금, 보험료, 유류비를 계산하면 하루 작업이 취소되는 것이 단순한 휴일은 아니다.오전 5시 17분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채 차에 오른다.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어젯밤 보낸 문자가 생각난다.아빠 나 학원 하나 그만두면 안 돼?태수는 아직 답하지 않았다.아들의 수학학원비는 월 42만 원이다.최근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태수는 학원을 .. 2026. 8. 11. 윤복순, 72세, 충북 제천에서 혼자 사는 은퇴한 세탁소 운영자 오전 5시 48분윤복순은 알람 없이 눈을 뜬다.휴대전화 화면을 켜니 5시 48분이다.다시 잘 수도 있지만 일어나기로 한다.침대 끝에 앉아 발목을 몇 번 돌린다. 오른쪽 무릎이 뻣뻣하다.“오늘은 괜찮네.”혼잣말을 한다.사실 어제보다 조금 아프다.하지만 복순에게 몸이 아프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이 정도 가지고 병원을 가나.주방으로 가서 전기포트에 물을 올린다.냉장고를 열어보니 며느리가 지난주에 가져다준 요구르트가 있다.유통기한을 확인한다.오늘까지다.요구르트를 꺼내면서도 잠깐 생각한다.저번에 뭐 사오지 말라고 했는데.며느리가 싫어서가 아니다.오히려 고맙다.하지만 누군가 자기 냉장고 안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판단하는 상황이 조금 싫다.커피믹스 하나를 컵에 뜯어 넣는.. 2026. 8. 1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