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의 삶
루카스 바렐라는 지금 남유럽의 인구 4만 명 정도 되는 해안도시에서 작은 자동차 부품점을 운영한다.
적어도 이웃들에게는 그렇다.
그가 사용하는 이름도 루카스 바렐라가 아니다. 주민등록상의 생일도 실제 생일과 다르다. 옛날 사진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과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일도 거의 없다.
52세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가 정확히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모른다.
그는 오전 7시 30분에 가게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지만 항상 같은 길로 출근하지는 않는다.
카페에서는 출입구가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새로운 손님이 몇 번 반복해서 찾아오면 자동차 부품을 사러 오는 사람인지 자신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인지 잠시 생각한다.
휴대전화에는 가족사진이 없다.
현금도 일정량 이상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집에는 비상용 가방 하나가 있다.
여권 사본, 약간의 현금, 약, 옷 두 벌이 들어 있다.
그는 이것을 9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리지 않는다.
그의 현재 인간관계는 매우 얕지만 완전히 고립되어 있지는 않다.
옆 가게 주인과 축구 이야기를 하고, 단골손님의 자동차 수리를 도와주며, 3년째 교제하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연인은 그가 젊었을 때 무역회사에서 일했고 위험한 사람들과 얽혀 신분을 바꾸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실제 이야기는 훨씬 다르다.
루카스는 한때 여러 국가를 오가는 범죄조직의 물류와 자금세탁 체계를 관리했다.
그의 지시 때문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적지 않다.
그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에 자신을 단순한 악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것이다.
“현재의 나에게 과거의 내가 저지른 일은 어디까지 책임인가?”
2. 이 사람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
루카스는 항구도시의 노동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장거리 화물운전사였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했다.
가난했지만 극심한 빈곤은 아니었다.
학교 성적도 특별하지 않았다.
다만 어릴 때부터 하나의 능력이 두드러졌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경로를 매우 잘 기억했다.
누가 어느 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물건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기억하는 데 능했다.
18세부터 항만 물류회사에서 일했다.
처음 범죄조직과 연결된 것은 거창한 선택이 아니었다.
통관검사를 피해야 하는 화물 하나를 처리해주면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받아들였다.
두 번째 부탁은 조금 더 컸다.
세 번째는 더 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조직의 내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초기에는 자신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누구를 죽이지 않는다.”
“나는 물건을 옮길 뿐이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그 논리는 점점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자신이 관리한 물류망이 마약, 불법무기, 현금 이동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떠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히 돈만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중요한 사람이었다.
30대 중반이 되자 여러 국가의 운송업체와 창고, 위장회사를 관리했다.
조직원 수백 명이 그의 지시를 기다렸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평범했던 남자가 범죄세계에서는 매우 유능한 관리자였다.
그 경험은 강력했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권력투쟁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의 오랜 동료 한 명이 살해됐다.
범죄 자체보다 그 사건이 루카스를 흔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동료는 15년 동안 충성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조직은 그가 위험요소가 되는 순간 며칠 만에 제거했다.
루카스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 역시 사람이 아니라 기능이었다.
2년 뒤 그는 수사기관과 접촉했다.
조직의 금융구조와 물류망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그 정보 때문에 여러 핵심 인물이 체포됐다.
그 대가로 신분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가족과의 관계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그는 범죄조직을 배신했지만 그것이 도덕적 각성만의 결과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살고 싶었고, 두려웠고, 조직을 미워하게 되었고,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일을 조금이라도 되돌리고 싶었다.
여러 동기가 동시에 존재했다.
3.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세계 인식
사람 — “사람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먼저 본다.”
루카스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성격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본다.
“이 사람이 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에게 이것은 지나친 냉소가 아니라 생존기술이었다.
범죄조직에서는 친절한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고 무례한 사람이 오히려 믿을 만할 수도 있었다.
사람의 말보다 이해관계가 행동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이 방식이 계속 작동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순수하게 친절을 베풀어도 그는 목적을 찾으려 한다.
돈 — 돈보다 ‘흔적’을 본다
과거 그는 수백만 유로를 이동시키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금액 자체에는 놀라지 않는다.
대신 돈이 이동하면 무엇이 기록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은행계좌.
세금.
계약서.
CCTV.
결제정보.
그에게 돈은 부의 상징보다 사람의 이동과 관계를 기록하는 흔적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매우 평범하게 소비한다.
갑자기 많은 돈을 쓰는 행동 자체가 사람을 눈에 띄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 — 사랑하면서도 접근하지 않는 관계
루카스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사랑한다.
그러나 만나지 않는다.
그가 연락하면 그들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가까워지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루카스에게 사랑은 때때로 반대다.
사라지는 것이 보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행동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권력 — 명령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것은 아니다
범죄조직에서 그는 공식적인 두목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여러 번 보았다.
돈의 위치를 아는 회계사.
경찰 내부 정보를 가진 사람.
운송경로를 통제하는 사람.
그 때문에 권력을 직책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묻는다.
“누가 누구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가?”
그 사람이 실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죽음
루카스에게 죽음은 철학적인 사건이 아니다.
전화 한 통으로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봤다.
그래서 위험을 과장해서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담담한 면도 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할 때 장례식보다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죽으면 내 실제 이름으로 묻힐 수 있을까?”
자신의 정체성이 분리된 삶을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미래
루카스는 10년 뒤를 거의 상상하지 않는다.
범죄세계에서는 멀리 계획해도 갑작스러운 체포나 배신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금도 미래를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생각한다.
그에게 안정된 미래는 아직도 다소 비현실적인 개념이다.
4. 밖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행동 1 — 오래된 친구를 우연히 발견해도 연락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보면 냉정하다.
그러나 그에게 과거의 인간관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상대를 자신의 현재 위험에 끌어들이는 행동일 수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옛 친구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사진을 보면서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그 선택은 보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가 선택할 기회를 빼앗는 행동이기도 하다.
행동 2 — 연인이 자신의 과거를 물으면 화제를 피한다
연인은 이것을 신뢰 부족으로 느낀다.
루카스는 반대로 생각한다.
“모르는 것이 안전하다.”
그에게 정보는 친밀감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정상적인 관계에서 상당한 상처를 만든다.
상대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의 인생에서 영원히 외부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행동 3 — 자신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을 더 경계한다
범죄조직에서 큰 부탁 전에는 종종 작은 호의가 먼저 왔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호의를 받으면 자동적으로 다음 거래를 예상한다.
대가 없는 호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먼저 경계한다.
5. 이 사람의 시선으로 생각해보기
- 당신이 20년 동안 사람의 말보다 이해관계를 믿는 것이 더 안전했던 환경에서 살았다면, 평범한 친절을 얼마나 쉽게 믿을 수 있을까?
- 사랑하는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이 그들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당신은 그 관계를 계속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 과거의 당신이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었지만 지금의 당신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인간은 언제까지 과거의 자신에게 책임을 져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