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의 삶
에밀리는 북해와 북대서양의 해양플랜트에서 일하는 포화잠수사다.
일반적인 스쿠버다이버와는 생활방식 자체가 다르다.
깊은 바다에서 오래 작업하려면 잠수사 몸속 조직이 높은 압력에 적응해야 한다.
문제는 깊은 곳에서 작업할 때마다 수면으로 올라와 감압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화잠수사들은 일정 기간 아예 높은 압력 상태에서 생활한다.
에밀리는 한 작업에 들어가면 동료 몇 명과 금속으로 된 압력실에서 약 3주를 생활한다.
잠을 잔다.
먹는다.
영화를 본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다.
모두 높은 압력 속에서 한다.
작업할 때는 압력실에서 잠수종을 타고 해저로 내려간다.
수심 100~200m 아래에서 파이프를 점검하고 용접하거나 밸브를 교체한다.
작업을 끝내면 다시 압력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작업기간이 끝난 뒤 며칠에 걸쳐 천천히 감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하면 감압병뿐 아니라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녀에게 “퇴근한다”는 개념은 일반인과 다르다.
작업은 끝났지만 직장을 떠날 수 없다.
문 하나 바깥에는 정상적인 대기압이 존재하지만 그 문을 열면 죽을 수도 있다.
2. 이 사람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
에밀리는 영국 북동부의 항구도시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어선 기관사였고 어머니는 병원 행정직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특별히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바다는 가족에게 관광지가 아니라 노동공간이었다.
19세에 해군에 입대했다.
처음부터 잠수사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기계정비 업무를 하다가 군 잠수교육에 지원했다.
그녀는 물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시야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절차를 순서대로 수행하는 능력이 좋았다.
30대 초반에 민간 상업잠수 분야로 옮겼다.
포화잠수는 급여가 매우 높은 대신 훈련비용과 진입장벽이 높고 위험도 크다.
첫 포화작업에서 에밀리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깊은 바다가 아니었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24시간 함께 있는 것이었다.
잠수사들은 사생활이 거의 없다.
잠자는 소리.
먹는 습관.
짜증.
불안.
모든 것이 드러난다.
작은 갈등도 피할 공간이 없다.
37세 때 가까운 동료가 작업사고로 사망했다.
그 사고는 에밀리에게 중요한 변화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그녀는 안전규칙을 실력을 방해하는 번거로운 절차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그 후부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리 숙련된 사람도 작은 오류 하나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직업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용기가 아니라 절차를 지키는 능력이 되었다.
3.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세계 인식
위험 — 용감함보다 반복성
사람들은 에밀리에게 자주 묻는다.
“무섭지 않습니까?”
그녀는 이 질문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두려워도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위험관리는 감정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
죽음
에밀리는 죽음을 멀리 있는 가능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죽음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용하는 사고방식은 간단하다.
통제할 수 있는 위험과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분리한다.
장비 검사.
가스 혼합비.
압력.
작업시간.
이것들은 통제한다.
갑작스러운 구조물 붕괴처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은 받아들인다.
돈
포화잠수사의 수입은 매우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은 프로젝트 중심이고 작업 자체가 신체적 위험을 포함한다.
그래서 에밀리는 자신의 높은 임금을 이렇게 생각한다.
“내 능력에 대한 돈이기도 하지만 내 몸과 시간을 빌려주는 가격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돈을 쉽게 낭비하지 않는다.
높은 수입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에밀리에게 시간은 매우 물리적인 개념이다.
감압 중에는 “빨리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아무 의미가 없다.
인체가 적응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돈을 더 내도 빨라지지 않는다.
권력이 있어도 빨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일반인보다 기다릴 수 없는 것을 기다리는 능력이 강하다.
자유
에밀리는 자유를 공간과 연결해서 생각한다.
포화상태에서는 몇 미터 밖에 정상세계가 있어도 나갈 수 없다.
처음 육지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행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산책하다 마음이 바뀌면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그런 사소한 선택이 포화생활 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관계
좁은 압력실에서 몇 주를 같이 살면 사람의 사회적 가면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에밀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화려한 인상보다 스트레스 상태에서의 행동을 중요하게 본다.
피곤할 때.
겁먹었을 때.
실수했을 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대할 때.
그때 나타나는 모습이 사람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성공
성공적인 작업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고가 없다.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모든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
따라서 그녀의 직업에서는 가장 훌륭한 하루가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성공에 대한 그녀의 관점을 크게 바꾸었다.
보이지 않는 성공도 많다.
4. 밖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행동 1 — 호텔에 도착하면 화재 대피도를 반드시 읽는다
그녀에게 안전절차를 확인하는 행동은 불안의 표현이 아니다.
직업적 습관이다.
다른 사람들은 과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반대로 묻는다.
“30초면 확인할 수 있는데 왜 안 하지?”
행동 2 — 가족여행에서도 계획을 매우 세밀하게 세운다
교통수단.
대체경로.
응급병원.
비상연락처.
가족들은 때때로 피곤해한다.
에밀리의 내부에서는 이것이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
그녀가 일하는 세계에서는 준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그 수준의 통제가 주변 사람의 자율성을 침해하기도 한다.
행동 3 — 매우 위험한 일을 하지만 놀이공원의 위험한 놀이기구를 싫어한다
사람들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에밀리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직업적 위험은 훈련하고 측정하고 통제할 수 있다.
놀이기구의 위험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
그녀에게 위험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통제하고 있는가이다.
행동 4 — 장기간 집에 돌아와도 며칠 동안 혼자 있기를 원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다.
몇 주 동안 떨어져 있었으니 함께 있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밀리는 몇 주 동안 다른 사람들과 몇 미터도 떨어질 수 없는 생활을 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회복이다.
가족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고독이 부족했던 사람에게 고독은 휴식이 된다.
5. 이 사람의 시선으로 생각해보기
- 문 하나 밖에 정상적인 세계가 있지만 그 문을 열면 죽을 수 있는 환경에서 몇 주를 살아야 한다면, 자유라는 개념이 지금과 같을까?
- 당신의 직업에서 가장 성공적인 날이 “아무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날”이라면 성공을 바라보는 기준은 어떻게 달라질까?
- 위험을 수천 번 반복해서 관리하는 일을 한다면, 용감한 사람보다 절차를 지키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