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23 문정희, 68세, 광주에서 혼자 살며 94세 어머니를 돌보는 은퇴 간호사 현재의 하루오전 6시 03분정희는 일어나자마자 커튼부터 연다.햇빛이 거실 바닥에 길게 들어온다.아파트는 조용하다.그녀는 혼자 산다.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를 확인한다.화: 엄마 피부과목: 요양보호사 휴무금: 수영오늘은 월요일이다.특별한 일정은 없어 보이지만 오전 10시에 어머니 집에 갈 예정이다.정희는 커피를 내리며 휴대전화를 확인한다.언니에게 메시지가 와 있다.엄마 어젯밤 또 잠 설쳤다더라. 오늘 가면 한번 봐줘.정희는 답한다.응.딱 한 글자다.메시지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언니도 가서 보면 되잖아.바로 이어서 생각한다.무릎 수술한 사람한테 뭘 바라냐.화를 냈다가 자신이 직접 취소한다.누구와도 말하지 않은 갈등이다.오전 7시 18분아파트 단지 근처 수영장에 간다.정희는 8년.. 2026. 8. 13. 오진석, 47세, 대구에서 배달대행 기사로 일하는 전 자영업자 현재의 하루오전 7시 26분진석은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도 한동안 일어나지 않는다.원룸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천장 가까이에 빨래 두 장이 걸려 있다.침대 옆 의자에는 검은 배달용 바지가 놓여 있다.휴대전화를 켠다.배달 앱.은행 앱.문자메시지.순서대로 확인한다.통장 잔액은 84만 3천 원.이번 주 금요일에 채무조정 상환금 46만 원이 빠져나간다.그 숫자를 알고 있었는데도 다시 확인한다.진석은 은행 앱을 닫으며 생각한다.이번 달도 되긴 되겠네.‘된다’는 것이 기쁜 건지 겨우 버틴다는 뜻인지는 애매하다.오전 8시 11분편의점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산다.점원이 묻는다.“봉투 필요하세요?”“아니요.”배달 가방 안에 넣으면 된다.계산을 기다리는데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진석을 알아본다.“어? 오 사장 아니야?”진.. 2026. 8. 13. 루카스 바렐라, 52세, 국제 범죄조직의 자금·물류 책임자였다가 조직을 배신하고 9년째 새로운 신분으로 숨어 사는 사람 1. 현재의 삶루카스 바렐라는 지금 남유럽의 인구 4만 명 정도 되는 해안도시에서 작은 자동차 부품점을 운영한다.적어도 이웃들에게는 그렇다.그가 사용하는 이름도 루카스 바렐라가 아니다. 주민등록상의 생일도 실제 생일과 다르다. 옛날 사진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과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일도 거의 없다.52세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가 정확히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모른다.그는 오전 7시 30분에 가게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지만 항상 같은 길로 출근하지는 않는다.카페에서는 출입구가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새로운 손님이 몇 번 반복해서 찾아오면 자동차 부품을 사러 오는 사람인지 자신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인지 잠시 생각한다.휴대전화에는 가족사진이 없다.현금.. 2026. 8. 13. 이경재, 59세, 부산의 구청 행정직 5급 과장, 정년퇴직까지 9개월 현재의 하루오전 5시 56분경재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평일에는 거의 같은 시간이다.아내는 계속 자고 있다.경재는 거실로 나와 물을 한 잔 마시고 혈압을 잰다.128에 82.수치를 휴대전화 건강 앱에 입력한다.그다음 뉴스 앱을 연다.기사는 여러 개 읽지만 댓글은 거의 보지 않는다.“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댓글 숫자가 많은 기사는 눌러본다.오전 6시 42분아내와 아침을 먹는다.아내가 말한다.“다음 주 목요일 병원 가는 거 기억하지?”“응.”“또 회의 있다고 미루지 말고.”“회의 잡히면 어쩔 수 없지.”아내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당신 퇴직하면 구청 문 닫아?”경재가 웃는다.“내가 언제 그렇게 했다고.”아내도 웃지만 대답하지 않는다.경재는 속으로 생각한다.내가 놀고 싶어서 .. 2026. 8. 12. 유리 코바치, 58세, 26년 동안 세계 각지의 재난 현장에서 시신 신원확인과 유해 수습을 담당해온 법의학 전문가 1. 현재의 삶유리는 현재 중앙유럽의 한 대학병원 법의학센터에서 일한다.그의 업무는 일반적인 부검만이 아니다.대형 항공사고, 지진, 화재, 홍수, 전쟁 이후처럼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현장에 국제팀과 함께 파견된다.그가 직접 참여한 재난만 20건이 넘는다.어떤 현장에서는 수백 명의 희생자를 식별해야 했다.그의 역할은 시신이나 유해에서 신원 정보를 확보하고, DNA·치과 기록·신체 특징 등을 비교해 가족에게 정확한 신원을 돌려주는 것이다.그는 “죽음을 많이 본 사람”이라고 표현되는 것을 싫어한다.그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이름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평상시 그의 생활은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다.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집에는 불필요한 물건이 거의 없다.여행.. 2026. 8. 12. 김란, 44세, 전남 해남에서 남편과 시설채소 농사를 짓는 귀화 한국인 현재의 하루오전 5시 21분란은 남편의 알람 소리에 깬다.남편이 손을 뻗어 알람을 끈다.란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오늘은 출하하는 날이다.5분 정도 더 누워 있다가 먼저 일어난다.주방에 나가 밥솥을 열고 남은 밥을 확인한다.두 사람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다.햇반을 하나 데울까 하다가 국수를 삶는다.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온다.“아침부터 국수야?”“밥 없잖아.”“햇반 있던데.”“그건 지민이 먹으라고 놔둔 거.”남편이 웃는다.“딸은 학교 기숙사에 있는데?”란은 냉장고를 열다 잠깐 멈춘다.“주말에 오잖아.”금요일이다.딸은 내일 온다.햇반 한 개를 굳이 아껴둘 이유는 없다.란도 안다.그래도 그대로 둔다.오전 6시 17분비닐하우스 안은 벌써 덥다.란과 남편은 파프리카를 선별한다.남편이 상자에 담고 .. 2026. 8. 12. 마테오 실바, 47세, 한때 1만 8천 명을 고용했던 기업 창업자였지만 지금은 개인파산 절차를 마치고 작은 임대주택에서 사는 사람 1. 현재의 삶마테오는 포르투갈 북부의 중소도시 외곽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임대주택에서 혼자 산다. 지금 그의 명의로 된 재산은 오래된 승용차 한 대와 노트북, 몇 벌의 옷, 그리고 법적으로 압류 대상이 아닌 최소한의 생활용품 정도다.그런데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럽과 남미에 물류센터를 둔 전자상거래 물류기업의 창업자였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한때 수조 원대로 평가됐고, 마테오의 지분가치는 최고점에서 약 8천억 원에 달했다.개인비서가 세 명 있었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결재가 그의 손을 거쳤다.지금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파산 이후의 기업 정리, 구조조정 경험을 강연하거나 자문하며 생활비를 번다. 수입은 일정하지 않다.흥미로운 점은 그가 돈을 쓰는 방식이다.슈퍼마켓에서 3유로짜리 물건과 4.. 2026. 8. 12. 한지윤, 41세, 서울의 개원 치과의사, 결혼 9년 차·자녀 없음 현재의 하루오전 6시 11분한지윤은 알람이 울리기 4분 전에 눈을 뜬다.옆에서 남편은 자고 있다.휴대전화를 확인한다.병원 단체방 메시지가 두 개 와 있다.원장님 10시 임플란트 환자 CT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재료 업체에서 오늘 2시 방문 가능하답니다.지윤은 침대에서 바로 답한다.확인했습니다. 9시 30분 전에 기존 영상 먼저 올려주세요.답을 보내고 나서 생각한다.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 시작했네.그러면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않는다.오전 6시 43분집 근처 헬스장에 간다.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한다.러닝머신 20분, 하체 운동 세 종류.운동 앱에는 주 4회가 목표라고 적혀 있다.이번 주는 오늘이 두 번째다.그녀는 오늘 운동한 사실보다 지난 이틀 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먼저 생각한다.거울 앞에서.. 2026. 8. 11. 강태수, 46세, 평택의 건설현장 콘크리트 펌프카 기사 현재의 하루오전 4시 36분강태수의 알람이 울린다.한 번에 끈다.아내는 옆에서 계속 잔다.태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간다.냉장고에서 전날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꺼낸다.전자레인지에 돌리면서 날씨 앱을 본다.비 올 확률 60%.“애매하게 오네.”비가 많이 오면 작업이 미뤄질 수 있다.일을 쉬게 되면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 비가 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펌프카 할부금, 보험료, 유류비를 계산하면 하루 작업이 취소되는 것이 단순한 휴일은 아니다.오전 5시 17분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채 차에 오른다.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어젯밤 보낸 문자가 생각난다.아빠 나 학원 하나 그만두면 안 돼?태수는 아직 답하지 않았다.아들의 수학학원비는 월 42만 원이다.최근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태수는 학원을 .. 2026. 8. 11. 주식 단타와 비트코인 거래는 왜 손실 뒤에도 멈추기 어려울까? 주식 단타, 도박, 비트코인 거래가 손실 뒤에도 멈추기 어려운 이유를 중독의 심리학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손실 추격, FOMO, 인지 편향, 위험 신호와 회복 방법을 최근 연구와 DSM-5-TR의 도박장애 기준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식이나 비트코인 시세부터 확인한 적이 있으신가요?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면 불안해서 계속 차트를 확인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한 번만 더 거래해서 복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수익이 나면 자신감이 커져 계획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입하기도 합니다.이러한 행동만으로 곧바로 투자 중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과 비트코인은 실제 자산이며, 충분한 분석과 위험 관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자산 관리에 .. 2026. 7. 3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