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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료실/인간 심리 관찰

윤하린, 26세 — 불안정한 소득과 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프리랜서 영상 촬영자

by 마음 탐구소 2026. 8. 19.

“사람들은 내가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마음 편하게 실패해본 적이 없다.”

기본 정보

이름 윤하린
나이 26세
성별 여성
거주지 서울 관악구 반지하 원룸
출신 경남 통영
직업 프리랜서 웨딩·행사 영상 촬영자
학력 전문대 방송영상과 중퇴
월소득 약 130~420만 원으로 편차가 큼
자산 예금 약 640만 원, 중고 승용차와 촬영장비
부채 학자금·생활비 대출 약 1,100만 원
가족 이혼한 부모, 어머니·외할머니·남동생
연애 2년째 연애 중
가장 큰 고민 지금의 불안정한 일을 계속할 것인가

하린은 SNS만 보면 꽤 재미있게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고, 예쁜 결혼식장을 방문하고, 평일 오후에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편다.

친구들은 가끔 말한다.

“그래도 넌 하고 싶은 일 하잖아.”

하린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인지, 이제 다른 길로 돌아갈 여유가 없어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 분위기를 먼저 읽는 아이

하린의 아버지는 작은 횟집을 운영했다.

장사가 잘되는 날에는 집에 회를 가져왔고 가족들에게 용돈도 쉽게 줬다. 장사가 안되는 시기에는 술을 많이 마셨다.

폭력을 상습적으로 행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화가 나면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머니는 싸움을 피하려 했다.

하린은 어린 나이에 한 가지 능력을 익혔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만 듣고 아버지의 기분을 추측하는 것.

발걸음이 빠른지, 비닐봉지가 있는지, 문을 세게 닫았는지를 살폈다.

아버지 기분이 좋아 보이면 말을 많이 했다.

좋지 않아 보이면 방으로 들어갔다.

성인이 된 하린은 자신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이것이 장점이다.

신부가 긴장하고 있는지, 신랑 부모가 불편해하는지, 행사 담당자가 급해졌는지를 빠르게 알아챈다.

그러나 가까운 관계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상대가 평소보다 문자 답장을 조금 늦게 하면 이유를 추측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어린 시절에는 유용했던 능력이 지금은 때때로 불필요한 경계 상태를 만든다.

부모의 이혼

하린이 14세였을 때 부모가 이혼했다.

어머니는 하린과 남동생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네 사람이 외할머니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마트 계산원으로 일했고 외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봤다.

하린은 당시 자신이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학여행 비용을 이야기하기 싫었고 새 운동화가 필요해도 최대한 오래 신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머니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하린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의 부담을 늘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감각은 지금도 남아 있다.

대학과 첫 번째 이탈

하린은 공부를 아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사진과 영상을 좋아해서 방송영상과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은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등록금 일부는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아르바이트가 필요했다.

편의점 야간 근무와 수업을 병행했다.

2학년이 되면서 수업보다 외부 촬영 아르바이트가 늘었다.

하루 촬영하면 편의점에서 며칠 일한 만큼 벌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우려고 학교에 다니는데, 이미 밖에서 돈 받고 하고 있잖아.”

결국 휴학했고 복학하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자신 있게 말했다.

“학위 없어도 되는 분야야.”

그 말은 절반은 진심이었다.

나머지 절반에는 등록금과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프리랜서가 된 이유

처음에는 영상회사에 취업하려 했다.

두 곳에서 일했다.

첫 회사에서는 월 210만 원을 받으며 광고·행사 영상을 편집했다.

야근이 많았다.

두 번째 회사는 8개월 만에 경영난으로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된 촬영감독이 하린에게 말했다.

“너 그냥 프리로 해도 먹고살겠다.”

하린은 독립했다.

처음 1년은 예상보다 잘됐다.

월 400만 원 넘게 번 달도 있었다.

자신이 직장생활보다 훨씬 능력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카메라 렌즈도 사고 중고차도 샀다.

하지만 일이 없는 겨울이 왔다.

한 달 수입이 90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프리랜서에게 월 400만 원은 월급 400만 원과 전혀 다른 돈이라는 것.

지금의 일

현재 하린은 웨딩 촬영이 가장 많고 기업행사와 유튜브 촬영도 한다.

일 자체는 꽤 잘한다.

특히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능력이 좋다.

신부가 촬영 때문에 예민해져도 잘 받아준다.

문제가 생겨도 표정에 잘 드러내지 않는다.

고객들은 종종 후기에서 쓴다.

“촬영기사님이 정말 친절했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난 뒤 차에 혼자 앉으면 갑자기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하린은 사람을 좋아한다.

동시에 사람에게 맞추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

돈에 대한 태도

하린은 26세치고 돈을 상당히 자주 확인한다.

은행 앱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연다.

통장에 1,000만 원이 가까워지면 안심한다.

장비를 사거나 세금을 내서 500만 원대로 내려가면 불안해진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가끔 충동적으로 돈을 쓴다는 것이다.

20만 원짜리 식사를 친구들에게 사기도 하고 갑자기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온 다음 며칠 동안 후회한다.

하린에게 소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잠시 동안은 이런 느낌을 준다.

“나는 돈 때문에 모든 것을 참아야 했던 그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카드 명세서가 나오면 다시 어린 시절의 불안이 돌아온다.

연애

남자친구 민석은 29세의 공기업 직원이다.

두 사람은 꽤 잘 맞는다.

민석은 안정적인 사람이다.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월급날도 일정하다.

하린은 그런 점을 좋아한다.

동시에 답답해하기도 한다.

민석은 최근 결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2~3년 뒤에는 결혼하면 좋겠다.”

하린도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민석이 신혼집, 저축, 자녀 계획을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숨이 막힌다.

하린에게 안정은 평생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안정이 가까워지면 자신의 삶이 정해져 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와의 관계

아버지와는 일 년에 두세 번 연락한다.

아버지는 지금도 통영에서 혼자 산다.

몇 년 전부터 하린에게 자주 말한다.

“아빠도 이제 늙었다.”

그 말을 들으면 하린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불쌍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어린 시절 가족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 이제 자신에게 가족의 역할을 요구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병원비를 보내기도 한다.

보낸 뒤에는 후회한다.

안 보내면 또 죄책감을 느낀다.

하린은 아직 아버지를 용서했는지 스스로도 모른다.

최근 생긴 기회

두 달 전 거래하던 영상회사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았다.

연봉은 3,600만 원.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4대 보험이 있고 매달 같은 날 월급이 들어온다.

하린이 어린 시절부터 원했던 종류의 안정이다.

그런데 계약서를 바라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이 들었다.

“다시 회사에 들어가면 내가 실패해서 돌아가는 것 같아.”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기준이다.

SNS에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

그 이미지가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성격의 모순

하린은 경제적 안정을 갈망하지만 조직에 묶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의 감정을 매우 잘 읽지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서툴다.

부탁받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거절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남자친구의 안정적인 직업에서 안도감을 얻는다.

아버지에게 화가 나 있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서 이상한 책임감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지만 자신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하린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가

하린에게 세상은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곳이다.

부모도 헤어질 수 있다.

장사가 잘되다가 망할 수 있다.

회사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이번 달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다음 달도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선택권이 남아 있는 상태를 좋아한다.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것.

도시를 옮길 수 있는 것.

결혼을 미룰 수 있는 것.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

겉으로 보면 자유를 추구하는 성격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자유의 일부는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고, 일부는 한 곳에 완전히 의존했다가 그것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남자친구에게 중요한 결정을 계속 미루게 하거나,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준 뒤 주변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족환경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별도로 평가해야 할 행동이다.

과거는 행동이 형성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만 모든 행동을 옳게 만들지는 않는다.

지금 하린의 노트북에는 아직 서명하지 않은 근로계약서 파일이 있다.

며칠 전에는 파일을 열어 한참 바라보다가 닫았다.

그날 밤 친구에게 말했다.

“회사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이야.”

친구가 물었다.

“너는 뭐가 하고 싶은데?”

하린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는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가난해지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싶지 않다.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

싫어하는 회사에서 평생 버티고 싶지 않다.

그런데 26세가 된 지금 처음으로 다른 문제가 생겼다.

피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빼고 나면,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하린에게는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

불안정한 수입과 정규직 제안 사이에서 고민하는 26세 프리랜서 영상 촬영자 윤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