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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소개

로빈 던바와 던바의 수: 인간관계는 왜 무한히 늘어나지 않을까?

by 마음 탐구소 2026. 10. 28.

휴대전화에는 수백 명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SNS에서는 더 많은 사람의 근황을 봅니다. 그런데 막상 힘든 일을 털어놓으려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여도 한동안 연락하지 않으면 다시 말을 건네기가 어색해집니다.

사람을 아는 것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왜 이렇게 다를까요?

로빈 던바는 인간관계에도 시간과 인지 능력의 제약이 있다는 점을 연구해 온 학자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던바의 수’는 흔히 150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연구를 “친구는 최대 150명까지 사귈 수 있다”는 한 문장으로 이해하면 중요한 내용을 놓칩니다.

던바가 탐구한 것은 친구 숫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은 왜 큰 뇌를 갖게 되었는지, 수다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함께 웃고 노래하면 왜 가까워지는지까지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 유대를 만들고,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할까요?

로빈 던바는 어떤 연구자일까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영장류의 사회적 행동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영국의 진화심리학자이자 인류학자입니다. 옥스퍼드대학교 실험심리학과의 진화심리학 명예교수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해 1969년 졸업했고, 브리스틀대학교에서 영장류 행동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케임브리지, 스톡홀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리버풀 등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 갔으며 2007년 옥스퍼드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연구는 동물의 집단생활을 관찰하는 데서 인간의 우정과 공동체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1996년의 《Grooming, Gossip and the Evolution of Language》와 2021년의 《Friends: Understanding the Power of Our Most Important Relationships》가 있습니다.

던바를 이해할 때 기억할 점은 그가 성격 유형을 분류하거나 개인의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보다, 사회적 관계가 진화하고 유지되는 조건에 관심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커졌을까

다른 사람과 잘 지내려면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가 약속을 잘 지키는지, 어떤 말을 불편해하는지, 서로 갈등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같은 말도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던바가 발전시킨 사회적 뇌 가설은 이러한 관계 관리의 부담이 영장류의 뇌 진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여러 사람과 협력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생활에는 상당한 정보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1992년 《Journal of Human Evolu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 던바는 영장류 종들의 상대적인 신피질 크기와 집단 규모 등의 관계를 비교했습니다. 신피질은 대뇌 겉부분의 여러 영역을 포함하며, 다양한 지각·인지 기능에 관여합니다. 연구에서는 상대적 신피질 크기와 집단 규모 사이의 관련성이 나타났고, 던바는 이를 사회적 관계를 처리하는 능력의 제약과 연결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종들을 비교한 상관관계 연구입니다. 집단생활이 뇌를 크게 만들었다는 인과관계를 단독으로 확정하거나, 인간 지능의 모든 측면을 사회생활 하나로 설명한 연구는 아닙니다.

던바의 수 150명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

던바의 수는 사람들을 모아 친구를 한 명씩 늘리게 한 실험에서 나온 값이 아닙니다.

영장류에서 관찰한 신피질과 집단 규모의 관계를 인간에게 적용해 추정하고, 이를 인간 사회의 집단 규모 자료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제안된 수치입니다. 이러한 논의는 1993년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의 논문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던바가 말하는 약 150명은 서로를 개인으로 알고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와 친족 등의 범위를 가리킵니다. 이름만 아는 사람이나 우연히 마주친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숫자와는 다릅니다.

여기서 특히 구별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 150명이 모두 속마음을 털어놓는 절친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 모든 사람이 정확히 같은 수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 친구가 적으면 부족한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150은 인간관계의 규모를 설명하려는 대표적인 추정치입니다. 개인에게 부여된 친구 정원이나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닙니다.

가까운 사람은 왜 몇 명뿐일까

던바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관계가 친밀도에 따라 여러 층으로 구성된다는 설명입니다.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모형의 대표적인 층위를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략적인 누적 규모 관계의 성격을 풀어 쓴 설명
약 5명 가장 가깝고 중요한 지지를 주고받는 핵심 관계
약 15명 핵심 관계를 포함한,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
약 50명 앞의 관계들을 포함해 비교적 친밀하게 지내는 범위
약 150명 앞의 모든 관계를 포함한,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의 범위

이 숫자들은 누적 규모입니다. 5명, 15명, 50명, 150명을 따로 더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또한 각 개인의 실제 관계망이 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모형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많은 관심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한 사람의 고민을 자세히 듣고, 지난 이야기를 기억하며,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일은 단체 메시지 한 번을 보내는 것과 다른 노력을 요구합니다.

수다와 잡담은 쓸모없는 대화가 아닐까

던바는 인간의 언어를 관계 유지의 관점에서도 바라봤습니다.

여러 영장류는 서로의 털을 골라 주는 그루밍을 통해 사회적 유대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집단이 커질수록 일대일 접촉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워집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던바는 언어가 여러 사람과 동시에 유대를 다지고 사회적 정보를 나누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잡담은 단순히 쓸모없는 소리가 아닙니다. 서로의 근황과 경험을 나누면서 누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가는 활동입니다.

“요즘 일이 많아 보이던데 괜찮아?”라는 말에는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의 상태를 알아차렸고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물론 언어가 오직 잡담을 위해 생겼다고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언어의 기원을 설명하는 여러 진화 가설 가운데 하나이며, 관계 유지에 관한 설명이 험담이나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하지도 않습니다.

함께 웃고 노래하면 정말 가까워질까

던바와 동료들은 사회적 유대를 설문에만 맡기지 않고, 함께하는 활동이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연구했습니다.

노래는 낯선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줄였다

2015년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된 피어스·로네·던바의 연구는 새로 개설된 성인교육 수업들을 7개월 동안 추적했습니다. 노래 수업과 공예·창작 글쓰기 수업 참가자들에게 수업 전후 집단에 대한 친밀감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초기에는 노래 수업에서 친밀감이 더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수업도 점차 가까워져 마지막 측정에서는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노래의 ‘아이스브레이커 효과’, 즉 처음의 어색함을 빠르게 줄이는 효과로 해석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노래 수업은 함께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인 반면, 비교 수업에서는 개인 작업이 중심이었습니다. 따라서 노래 자체의 효과와 공동 목표를 향해 협력한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지는 못했습니다.

웃음의 효과는 몸의 반응과도 연결된다

2011년 온라인 공개된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연구에서 던바와 동료들은 웃음이 유발되는 활동 전후의 통증 반응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에서는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을 얼마나 견디는지 살폈으며, 사회적 웃음 이후 통증을 더 잘 견디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엔도르핀을 포함한 신체 내부의 오피오이드 체계와 연결해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가 뇌 속 엔도르핀 분비량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닙니다. 통증 반응을 간접 지표로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주는 실용적인 생각은 분명합니다. 친해지기 위해 처음부터 깊은 자기소개나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담 없이 함께 즐기는 활동도 관계의 시작을 도울 수 있습니다.

SNS가 생기면 인간관계의 한계가 사라질까

온라인에서는 수백 명에게 동시에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이 관계를 유지하는 부담을 해결해 줄까요?

던바가 2016년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영국의 두 설문 표본을 이용해 페이스북 친구 수와 가까운 관계의 범위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온라인에서도 관계망의 규모와 내부 구조가 오프라인 연구에서 관찰된 범위와 비슷하다는 해석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으로 파악한 친구 수만으로 뇌의 한계를 직접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플랫폼과 이용자 집단에서 얻은 결과를 모든 SNS, 모든 세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그들 각각의 사정을 알고 서로 책임지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요?

연락 수단은 관계 유지를 도울 수 있습니다. 다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상대를 이해하고 응답하는 시간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던바의 수는 과학적으로 확정된 법칙일까

던바의 수는 널리 알려졌지만 정확한 숫자와 추정 방법을 둘러싼 논쟁이 있습니다.

2021년 《Biology Letters》에서 린덴포르스·바르텔·린드는 영장류의 뇌와 집단 규모 자료를 다른 통계 방법으로 재분석했습니다. 추정되는 인간의 집단 규모는 자료와 분석 방법에 따라 크게 달랐고, 추정의 불확실성도 매우 넓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의 인지적 관계 한계를 하나의 숫자로 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비판은 ‘인간관계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 아닙니다. 영장류 자료에서 인간의 관계 한계를 정확히 150명이라고 산출하는 논리와 통계적 근거가 충분한가를 문제 삼은 것입니다.

따라서 두 주장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설명은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넓은 연구 주제입니다. 반면 그 제약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하나의 숫자로 나타나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우정과 건강의 연결을 살펴본다

2025년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종설 「Why friendship and loneliness affect our health」에서 던바는 우정의 구조, 사회적 유대의 신경생물학, 외로움과 건강에 관한 연구를 함께 검토했습니다.

그의 관심은 여전히 관계의 숫자만으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에게서 받는 지지, 관계에 투자하는 시간, 함께하는 활동이 어떻게 유대를 만들고 유지하는지에 있습니다.

이 종설은 던바의 연구 관점을 정리한 글이며, 모든 주장을 새로운 실험으로 확정한 논문은 아닙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와 건강 사이의 관련성을 해석할 때는 건강 상태가 관계를 맺을 기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친구를 일정 인원 이상 만들면 건강이 보장된다는 식의 처방으로 읽기보다, 관계의 질과 지지가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피는 자료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던바의 연구를 내 인간관계에 적용한다면

던바의 이론에서 얻을 수 있는 실천 방향은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관계를 실제로 돌볼 여건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먼저 연락처 대신 최근의 상호작용을 돌아보세요. 힘들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미뤄 둔 사람이 누구인지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친구 수를 채점하기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그다음에는 가능한 만남을 구체적으로 정해 보세요. “언젠가 보자”보다 “다음 주에 30분 정도 걸을까?”가 실행하기 쉽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있는 짧은 통화도 방법입니다.

새로운 관계는 함께할 일을 통해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합창이나 취미 수업처럼 일정하게 만나는 활동은 대화 주제를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줄여 줍니다. 다만 참여 자체가 우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서로 편안하게 느끼는지 살피며 시간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락이 줄었다고 해서 관계가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직장과 돌봄, 이사 등 생활 조건이 바뀌면 관계에 쓸 수 있는 시간도 달라집니다. 숫자에 맞춰 억지로 친분을 유지하기보다 서로의 상황과 관계의 의미를 확인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로빈 던바의 연구는 인간관계를 관심과 시간이 필요한 활동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150이라는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실제로 어떤 시간을 내어 주고 있는가입니다. 오늘 떠오른 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