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토마셀로는 아이와 유인원 연구로 인간의 협력과 문화를 설명한 심리학자입니다. 공유 의도성과 공동 주의, 언어 습득, 공정성의 발달을 대표 실험으로 살펴봅니다. 18개월 아이의 도움 행동부터 문화 비교까지, 인간다움의 기원에 관한 이론과 연구의 한계를 정리합니다.
무거운 식탁을 두 사람이 옮긴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각자 힘이 세다고 해서 일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맞추고, 상대가 준비되었는지 확인하며, 한쪽이 힘들어하면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때 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서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식탁을 함께 옮기고 있다”는 목표를 공유합니다.
마이클 토마셀로는 이런 일상적인 ‘우리’의 경험에서 인간 인지의 중요한 특징을 찾은 심리학자입니다. 아이와 유인원을 비교하면서 협력, 언어, 공정성, 문화 학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했습니다.
그의 이론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인간이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닙니다.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과 목표를 나누고, 서로 배우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문화를 이루게 되었을까요?
마이클 토마셀로는 어떤 연구자일까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는 발달심리학과 비교심리학을 연결해 인간의 사회적 인지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심리학·신경과학을 가르치며,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발달·비교심리학 부서를 이끌었습니다.
발달심리학은 아이의 사고와 행동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합니다. 비교심리학은 서로 다른 종의 인지와 행동을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를 살펴봅니다. 토마셀로는 이 두 접근을 결합했습니다.
어린아이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이 침팬지 등 다른 유인원에게도 보이는지, 차이가 있다면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지 실험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의 연구는 인간의 특별함을 주장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인간 인지의 바탕 중 무엇을 다른 동물과 공유하는지도 탐구합니다.
대표 저서인 《The Cultural Origins of Human Cognition》에서는 문화 학습을 통한 인지 발달을, 《Constructing a Language》에서는 사용에 기반한 언어 습득을 다뤘습니다. 연구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공유 의도성입니다.
공유 의도성은 무슨 뜻일까
공유 의도성(shared intentionality)은 다른 사람과 관심이나 목표, 계획 등을 공유하면서 함께 활동하는 능력과 동기를 가리킵니다. 토마셀로가 동료들과 발전시킨 이론에서는 이를 인간의 협력과 의사소통을 설명하는 핵심으로 봅니다.
앞서 식탁을 옮기는 상황에서는 내 목표뿐 아니라 상대의 역할과 관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손을 놓으면 상대가 곤란해진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만하려면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두 사람이 각자의 운동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고 해서 반드시 공동의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행동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공유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 상황 | 살펴봐야 할 차이 |
| 같은 공간에 있다 | 서로의 활동을 고려하는지는 알 수 없다 |
| 같은 대상을 본다 | 함께 보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 공유하는지가 중요하다 |
|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 | 역할을 맞추고 상대의 행동에 따라 조정한다 |
| 함께 정한 활동을 중단한다 | 상대에게 알리거나 다시 참여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
이 표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모든 협력 상황이 같은 정도의 약속이나 책임감을 포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동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아이가 창밖의 강아지를 가리키고 보호자의 얼굴을 돌아봅니다. 이 행동은 “저것을 갖고 싶다”는 요구일 수도 있지만, “저것 좀 봐, 재미있지?”라는 관심의 공유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공동 주의(joint attention)입니다. 단순히 두 사람이 우연히 같은 대상을 보는 것을 넘어, 그 대상에 대한 관심을 서로 나누는 상황을 뜻합니다.
2007년 《Developmental Science》에서 토마셀로와 말린다 카펜터는 공동 주의, 협력적 의사소통, 공동 활동, 가르침을 통한 학습을 공유 의도성의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아이는 상대의 시선을 따라가는 데서 더 나아가, 관심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아이가 바라보는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가 뛰네”라고 말하면, 두 사람은 같은 대상을 중심으로 행동과 말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유된 상황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손가락 가리키기 한 가지 행동만으로 아이의 전체 발달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는 특정 월령의 행동을 체크하는 검사보다, 의사소통이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관점에 주목하면 됩니다.
아이는 보상이 없어도 다른 사람을 도울까
토마셀로의 연구가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아주 어린아이의 자발적인 도움 행동을 살펴본 실험입니다.
2006년 《Science》에 발표된 펠릭스 바르네켄과 토마셀로의 연구에서는 약 18개월 아이들에게 어른이 과제를 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른이 빨래집게를 떨어뜨리고 손이 닿지 않아 애쓰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은 직접 도와 달라는 요청이나 보상이 없어도 물건을 주워 주는 등 도움 행동을 보였습니다. 반면 어른이 일부러 물건을 버리는 상황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단순히 바닥의 물건을 집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이루려는 목표와 어려움을 어느 정도 구분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비교 연구에 참여한 어린 침팬지들도 일부 상황에서 도움 행동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인간만 남을 돕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또한 18개월 아이는 이미 다른 사람과 많은 상호작용을 경험했습니다. 이 결과만으로 협력이 교육과 경험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발달의 이른 시기부터 자발적인 도움 행동이 관찰된다는 점이 중요한 발견입니다.
함께하던 사람이 멈추면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공유 의도성을 연구하려면 “같이 일을 끝냈다”는 결과만 보아서는 부족합니다. 상대와 공동의 활동을 유지하려는 행동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2006년 《Child Development》에서 바르네켄·프랜시스 첸·토마셀로는 18~24개월 아이들과 어린 침팬지들이 성인 파트너와 협력하거나 놀이하는 상황을 연구했습니다. 도중에 성인 파트너가 참여를 멈추면 어떻게 하는지 관찰했습니다.
아이들은 상대를 다시 활동에 참여시키려는 의사소통을 시도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침팬지들에게서는 같은 의사소통 시도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아이들이 단순히 상대를 도구처럼 이용하는 것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회복하려 한다는 해석과 연결했습니다.
그러나 침팬지 표본은 세 마리였고, 파트너도 같은 종이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모든 유인원과 모든 협력 상황으로 일반화하면 안 됩니다. 특정 조건에서 어떤 행동 차이가 나타났는지 확인하는 비교 실험으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함께 일하면 보상도 더 공평하게 나눌까
2011년 《Nature》에 발표된 하만·바르네켄·그린버그·토마셀로의 연구는 협력의 경험이 보상 분배에 영향을 주는지 살폈습니다.
아이들은 둘이 함께 줄을 당겨 보상을 얻는 과제에 참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아이에게는 장난감 세 개가, 다른 아이에게는 한 개가 돌아가도록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연구진은 협력해서 얻은 경우와, 노력 없이 받거나 각자 따로 작업한 경우를 비교했습니다.
세 살 무렵 아이들은 함께 일해 얻은 보상을 더 공평하게 나누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같은 세 개와 한 개라도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공정성이 공동 활동과 연결되어 발달할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비슷한 비교에서 침팬지들에게는 협력 여부에 따른 동일한 분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도 “아이들은 항상 공평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보상의 종류와 과제, 나이,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행동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분배 결과뿐 아니라 함께 기여했다는 맥락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언어와 문화는 왜 혼자 배울 수 없는 것일까
토마셀로는 언어 습득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과 일반적인 학습 능력을 강조합니다. 2003년 출간된 《Constructing a Language》에서는 사용 기반 언어 습득 이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아이는 단어와 문법을 따로 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고, 반복해서 들은 표현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아갑니다.
가령 “물 주세요”, “공 주세요”처럼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표현을 경험하면, 특정 낱말뿐 아니라 요청을 만드는 방식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언어 발달의 전체 과정을 한 가지 패턴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 습득의 기제와 선천적 준비성의 범위에는 지금도 여러 이론이 경쟁합니다.
문화 학습에서도 중요한 질문은 개인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발명해야 하는가입니다. 오늘날의 아이는 이미 만들어진 언어와 도구, 규칙, 교육 환경 속에서 성장합니다. 앞선 세대가 축적한 지식을 배우고, 때로는 이를 개선해 다음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토마셀로는 이런 축적을 설명할 때 ‘래칫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래칫은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쉽게 뒤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문화에서는 이전 성과가 보존되고 새로운 개선이 덧붙는 과정을 비유합니다.
이를 다른 동물에게 사회적 학습이나 문화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인간 문화의 축적 규모와 전달 방식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해졌는지가 연구의 초점입니다.
최근 연구는 문화에 따른 차이도 살펴본다
2026년 《PNAS》에는 토마셀로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여섯 문화권 아동의 도움 행동 비교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자이들러와 동료들은 중남미·아프리카·유럽의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4~9세 아동 336명을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는 어른과 아이의 관계 대신 또래끼리의 상호작용을 살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짝을 이룬 아이들은 상대의 과제를 직접 도와주거나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여섯 집단 모두에서 또래를 돕는 행동이 관찰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정보를 제공하는 도움도 증가했으며, 세부적인 방식에는 문화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도움 행동에 공통적인 발달 기반과 지역의 생활 경험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여섯 집단의 결과가 전 세계 모든 문화를 대표하거나, 공유 의도성 이론 전체를 한 번에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2025년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서 바우터 볼프와 토마셀로는 공유 의도성의 관점으로 사회적 유대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안했습니다. 함께 걷거나 대화하면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상대의 협력 의지와 능력을 알아가고 이후의 협력을 쉽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여러 연구를 연결한 이론적 제안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우리의 목표’를 만드는 방법
토마셀로의 이론을 일상에 적용할 때는 사람에게 협력을 강요하는 근거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무엇을 함께하려는지 분명하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동의 목표를 말로 확인해 보세요. “알아서 잘하자”보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설명서를 만들자”가 역할을 맞추기 쉽습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어도 각자가 생각한 성공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상대의 관점을 확인하세요. “이렇게 하면 되지?”라고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어떤 부분이 어렵게 느껴져?”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가진 정보와 부담이 나와 같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함께 만든 결과라면 기여와 분배를 함께 이야기하세요. 누가 무엇을 했는지, 보상이나 인정은 어떻게 나눌지 미리 정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는 연구에서 얻은 실용적 제안이며, 특정 방식의 효과가 모든 상황에서 검증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와 상호작용할 때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대상을 함께 보고, 아이가 도울 수 있는 작은 역할을 제안하며 반응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능숙하게 해내는지보다 서로의 행동을 살피고 조정하는 경험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토마셀로의 연구는 인간의 사고가 개인의 머릿속에서만 완성되는지 되묻게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고, 뜻을 맞추고, 함께 만든 결과를 이어받으며 살아갑니다. 협력이 잘되지 않을 때에도 상대의 성격만 판단하기 전에 우리가 같은 목표를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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