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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료실/인간 심리 관찰

송미경, 39세, 여성 교정공무원

by 마음 탐구소 2026. 8. 24.

충북의 한 중소도시에 산다. 여성 교정시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다. 남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한 명이 있다.

소득은 맞벌이 기준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아파트 대출이 남아 있다.

미경은 스스로를 특별히 엄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자주 하는 말은 오히려 이것이다.

“사람마다 사정은 있지.”

그런데 그녀가 그다음에 자주 붙이는 말이 있다.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지.”

1. 현재의 하루

오전 5시 47분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기 3분 전에 눈을 뜬다.

미경은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5시 50분 알람이 울린다.

바로 끈다.

남편은 아직 자고 있다.

미경은 이불을 걷으며 발을 바닥에 내린다.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아들 방 문을 살짝 연다.

아들은 이불을 반쯤 걷어찬 채 자고 있다.

미경은 들어가서 이불을 다시 덮어주려다가 멈춘다.

'더워서 걷어찼겠지.'

그냥 문을 닫는다.

세수하고 머리를 묶는다.

화장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초 화장품과 선크림, 눈썹 정도다.

거울을 보다가 눈 아래가 조금 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으면 화장으로 가렸을 것이다.

요즘은 그냥 넘긴다.

'뭐, 다들 늙는 거지.'

그러면서도 화장대 서랍에서 컨실러를 꺼내 눈 밑에 아주 조금 바른다.

오전 6시 18분

주방에서 계란을 굽는다.

남편이 나온다.

“오늘 일찍 가?”

“응. 인수인계 좀 있어서.”

남편이 냉장고를 연다.

“우유 없네.”

미경은 계란을 뒤집으며 말한다.

“어제 있다고 했잖아.”

“애가 먹었나 보지.”

“그럼 먹었나 보다 하면 되지, 왜 나한테 말해.”

남편이 웃는다.

“그냥 없다고.”

미경도 자신이 괜히 날카롭게 대답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바로 사과하면 자기가 과민했던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그냥 계란을 접시에 옮긴다.

잠시 뒤 먼저 말한다.

“퇴근할 때 내가 사 올게.”

미경에게는 이것도 일종의 사과다.

남편도 안다.

“내가 살게.”

대화는 그것으로 끝난다.

오전 6시 46분

아들을 깨운다.

“준우야. 46분.”

아들이 몸을 돌린다.

“5분만.”

“어제도 5분 했다가 늦었어.”

“오늘은 안 늦어.”

미경은 시계를 본다.

교도소에서 누군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은 정해진 시간이다.

그런데 아들 앞에서는 잠시 생각한다.

“50분까지만.”

아들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미경은 방에서 나오면서 생각한다.

'내가 너무 봐주나.'

4분 뒤 정확히 다시 들어간다.

“시간.”

“엄마는 진짜 정확하다.”

“그게 좋은 거야.”

아들이 투덜거리며 일어난다.

“엄마는 모든 게 시간이야.”

미경은 웃는다.

“나중에 커봐. 시간이 제일 중요해.”

하지만 혼자 주방으로 나오면서 잠시 생각한다.

'꼭 그런가.'

오전 7시 31분

차로 출근한다.

라디오는 켜두지만 거의 듣지 않는다.

앞차가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바꾼다.

미경은 브레이크를 밟는다.

“아, 진짜.”

뒤이어 이런 생각이 든다.

'깜빡이 한번 켜는 게 그렇게 어렵나.'

그녀는 규칙을 어기는 사람 자체보다 규칙을 지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 태도에 더 화가 난다.

조금 뒤 자신도 출근 시간이 빠듯해지자 제한속도보다 약간 빠르게 달린다.

그 사실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

신호를 하나 통과하고 나서야 계기판을 보고 속도를 줄인다.

'이 정도는 흐름이지.'

오전 8시 06분

근무 교대를 한다.

동료 김 주임이 말한다.

“213번 어제 밤에도 약 달라고 계속 불렀어요.”

미경이 기록지를 본다.

“처방약?”

“아니요. 두통약.”

“의무실은?”

“오늘 진료 보기로 했어요.”

김 주임이 고개를 젓는다.

“저 사람 원래 그래요. 뭐 하나 시작하면 계속 요구해.”

미경은 기록지를 조금 더 읽는다.

“그래도 두통이면 확인은 해야지.”

김 주임이 웃는다.

“송 선생님이 은근히 제일 잘 챙겨줘.”

미경은 바로 대답한다.

“잘 챙기는 게 아니라 확인할 건 확인하는 거지.”

그녀는 이런 말을 들으면 조금 불편하다.

자기가 특별히 친절해서 뭔가를 해주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그녀에게는 오히려 반대다.

누구에게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전 9시 22분

수용자 한 명이 미경에게 말한다.

“선생님, 저 오늘 전화 하루만 당겨주시면 안 돼요?”

미경은 서류를 보며 묻는다.

“왜요?”

“딸이 오늘 생일이라서요.”

미경의 손이 잠깐 멈춘다.

“전화 일정은 내일이잖아요.”

“오늘 한 번만요. 내일 안 해도 돼요.”

말투는 조심스럽다.

미경은 여자의 얼굴을 본다.

몇 초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두 개의 생각이 동시에 움직인다.

'딸 생일인데 전화하고 싶은 건 당연하지.'

그리고 바로 뒤따르는 생각.

'한 명 해주면 다른 사람은?'

그녀는 말한다.

“내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사항 아니에요.”

“한 번만 알아봐 주시면 안 돼요?”

미경은 조금 짜증이 난다.

첫 번째 대답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확인해볼 수는 있는데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여자가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미경은 다시 서류를 본다.

이상하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부담스럽다.

'아직 아무것도 안 해줬는데.'

오전 10시 48분

동료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신다.

김 주임이 아까 이야기를 듣고 말한다.

“그냥 안 된다고 해요. 저 사람들 사정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미경이 커피를 저으며 말한다.

“그건 맞는데, 규정 안에서 가능한지는 볼 수 있잖아.”

“미경 씨는 가끔 너무 원칙적이라 까다로운데 또 이상한 데서 부드러워.”

미경이 웃는다.

“그게 원칙적인 거지.”

“무슨 말이야?”

“안 되는 걸 해주는 게 아니라 되는 건 해주는 거.”

김 주임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냥 귀찮아서 안 해줄 듯.”

둘이 웃는다.

미경도 웃지만 속으로는 약간 불편하다.

자기는 사람을 잘 대해주는 사람이라는 평가보다 공정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더 받고 싶어 한다.

그 차이를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왜 알아줘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오후 12시 17분

점심을 먹는다.

동료들이 자녀 학원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애는 이번에 영어를 하나 더 넣었어요.”

누군가 미경에게 묻는다.

“준우는 학원 몇 개 다녀?”

“수학하고 태권도.”

“영어 안 해?”

“아직은.”

“4학년이면 슬슬 해야 하지 않아?”

미경이 국을 한 숟가락 뜬다.

“필요하면 하겠죠.”

그렇게 말하지만 마음 한쪽이 조금 불편해진다.

지난달 준우가 영어 시험에서 72점을 받아왔다.

그때 미경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갑자기 72점이 떠오른다.

'그래도 기본은 해야 되는데.'

그러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남들 한다고 다 할 필요 없어.'

10분 뒤 휴대전화 메모장에 ‘준우 영어 학원 알아보기’라고 적는다.

오후 2시 03분

오전의 전화 요청 건을 확인한다.

규정상 담당자 승인으로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

미경은 잠시 망설인다.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또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생일이라는 사정으로 변경해주면 다음에는 다른 이유도 받아줘야 하나.'

결국 담당자에게 문의한다.

담당자가 말한다.

“내일 전화 안 쓰는 조건이면 바꿔도 돼요.”

미경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수용자에게 알린다.

“오늘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신 내일 전화는 없는 거예요.”

여자가 표정이 밝아진다.

“네.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할 건 아니고요. 규정상 되는 거예요.”

여자가 약간 멈칫한다.

“그래도 알아봐 주셨잖아요.”

미경은 별 대답 없이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몇 걸음 뒤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에 그 기분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착한 일 한 것도 아니고.'

오후 4시 37분

작은 마찰이 생긴다.

수용자 두 명이 청소 순번을 두고 언성을 높였다.

미경이 다가가자 한 명이 먼저 말한다.

“제가 어제 했는데 오늘 또 하래요.”

다른 사람이 말한다.

“어제 제대로 안 했으니까 그렇죠.”

미경은 둘에게 각각 말하게 한다.

그리고 청소 기록을 확인한다.

기록상 첫 번째 사람이 맞다.

“오늘 순번 아니니까 안 해도 됩니다.”

두 번째 사람이 불만스럽게 말한다.

“근데 어제 제대로 안 했어요.”

“그건 어제 문제고 오늘 순번하고는 별개예요.”

“그러니까 대충 해도 되는 거네요?”

미경의 표정이 굳는다.

“그런 말 아니죠.”

상대가 작게 중얼거린다.

“맨날 규정, 규정.”

미경은 들었지만 반응하지 않는다.

자리로 돌아온 뒤 생각한다.

'규정 없으면 자기들끼리 힘센 사람이 정하는 건데.'

조금 화가 난다.

그녀에게 규칙은 누군가를 억누르는 장치라기보다 오히려 힘이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규칙을 단순한 통제라고 이야기하면 억울한 기분까지 든다.

오후 6시 14분

퇴근길에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우유 샀어.”

“어디야?”

“집 근처.”

“나도 거의 다 왔어.”

잠시 침묵하다 남편이 말한다.

“준우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뭐 있었나 봐.”

미경의 목소리가 바로 바뀐다.

“왜?”

“친구가 자기 필통 숨겼다고 화냈대.”

“준우가?”

“응.”

“걔가 먼저 그런 거야?”

“모르지. 준우 말만 들었으니까.”

미경은 속으로 생각한다.

'누가 먼저 했는지 알아야지.'

아들의 기분보다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싶어진다.

오후 6시 49분

저녁 식탁에서 미경이 묻는다.

“오늘 필통 뭐야?”

준우의 표정이 굳는다.

“아빠가 말했어?”

“응.”

“별거 아니야.”

“친구가 왜 숨겼는데?”

“장난.”

“너는 뭐라고 했어?”

“하지 말라고 했지.”

“그 전에 너는 걔한테 뭐 한 거 없어?”

준우가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왜 엄마는 맨날 내가 뭐 했는지부터 물어봐?”

미경이 멈춘다.

“누가 잘못했는지 알아야 되잖아.”

“그냥 걔가 잘못한 거야.”

“엄마가 거기 있었던 게 아니니까 확인하는 거지.”

준우가 입을 다문다.

남편이 말한다.

“일단 애가 기분 나빴다고 하면 그 얘기부터 들어줘.”

미경은 순간 남편에게 화가 난다.

'내가 지금 안 듣고 있나?'

“듣고 있잖아.”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다.

준우는 밥을 먹는다.

대화는 끝난다.

미경은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불편하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아들에게는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 늦게 든다.

오후 8시 21분

준우가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미경이 옆을 지나가다가 틀린 문제를 본다.

“이거 계산 잘못했네.”

“알아.”

“알면 고쳐.”

“조금 있다가.”

미경이 한마디 더 하려다 멈춘다.

오전에 자신이 아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내가 너무 하나하나 보나.'

그냥 물을 마시러 간다.

5분쯤 뒤 돌아와 보니 준우가 문제를 고쳤다.

별일 아니다.

그런데 미경은 묘하게 만족스럽다.

말하지 않아도 했다는 점이 좋다.

그녀는 아들이 자기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되기보다 스스로 해야 할 것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판단을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한다.

오후 9시 36분

준우가 씻고 나온다.

미경이 방 앞에서 말한다.

“아까 엄마가 너 잘못부터 찾으려고 한 건 아니야.”

준우는 게임 영상을 보고 있다.

“응.”

“엄마는 그냥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알았어.”

미경은 조금 답답하다.

이왕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들이 뭔가 더 말해주길 기대했다.

“그래서 친구랑은 괜찮아?”

“응. 이미 화해했어.”

“언제?”

“학교에서.”

미경은 웃음이 난다.

자기는 저녁 내내 생각했는데 아이에게는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럼 됐네.”

방을 나오며 생각한다.

'애들은 참 빨라.'

그런데 동시에 약간 서운하다.

자기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는 게 허무하다.

오후 10시 18분

남편과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광고가 나오자 남편이 묻는다.

“주말에 어디 갈까?”

“어디?”

“준우가 워터파크 가고 싶대.”

미경은 바로 사람 많은 모습부터 떠올린다.

주차, 대기시간, 샤워실, 비용.

“8월에 거길 왜 가.”

“8월이니까 가지.”

미경이 웃는다.

“사람 미어터져.”

남편은 휴대전화를 본다.

“그럼 안 가?”

미경은 잠시 생각한다.

“일요일 아침 일찍 가면 괜찮을 수도 있고.”

남편이 웃는다.

“결국 갈 거잖아.”

“아니, 조건이 맞으면.”

남편은 대답하지 않는다.

미경은 그 말이 조금 신경 쓰인다.

자신이 늘 무언가를 허락하거나 결정하는 사람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집안 관리자도 아니고.'

하지만 가족 여행을 준비할 때면 실제로 숙박, 시간, 비용, 동선을 가장 먼저 계산하는 사람도 미경이다.

오후 11시 04분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본다.

학교 알림 앱에 다음 주 준비물이 올라와 있다.

캡처한다.

아까 메모해둔 영어 학원 항목도 보인다.

잠시 검색한다.

집 근처 학원 두 곳을 열어본다.

후기를 몇 개 읽는다.

그러다 휴대전화를 끈다.

'시험 한번 못 봤다고 학원 보내는 건 좀 그렇지.'

그녀는 영어 학원 메모를 삭제하지는 않는다.

잠시 뒤 오전에 딸 생일 때문에 전화 시간을 바꿔달라고 했던 수용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기 아들에게 화를 내고도 몇 시간 뒤 같은 집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거기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니까.'

그 생각 뒤에 또 하나가 따라온다.

'그래도 엄마인 건 똑같겠지.'

두 생각 중 어느 것이 더 진짜 자신의 생각인지 결정하지 못한 채 미경은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다.

11시 26분.

남편이 이미 잠든 것을 확인한다.

미경은 내일 알람을 확인하고 눈을 감는다.

2. 이 사람의 일생

유년기 — “똑같이 해야 싸움이 안 난다”

송미경은 1987년 충북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시외버스 기사였고 어머니는 동네 분식집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히 엄격한 부모는 아니었다.

가족 분위기도 특별히 냉담하지 않았다.

다만 집에는 언제나 돈과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았다.

미경에게는 두 살 위의 언니와 세 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었다.

세 아이가 무엇인가를 원하면 어머니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한 명 해주면 다 해줘야 돼.”

미경에게 익숙한 문장이었다.

한 아이만 새 운동화를 사줄 수 없었다.

한 아이만 용돈을 더 줄 수도 없었다.

치킨을 시키면 다리 두 개를 두고 세 남매가 싸웠다.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아예 순서를 정했다.

이번에는 언니, 다음에는 미경, 그다음에는 동생.

아이들은 그래도 싸웠다.

그러나 미경은 이런 방식이 편했다.

누가 더 사랑받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감정 표현이 많은 편이었다.

동생은 막내답게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미경은 둘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무언가 억울하면 울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지난번에는 언니가 했잖아.”

처럼 기억을 꺼내는 아이였다.

부모는 그런 미경을 두고 말했다.

“얘가 제일 말이 통해.”

미경은 그 말을 좋아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교에서도 미경은 반장을 자주 맡는 아이는 아니었다.

친구를 많이 이끄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준비물을 걷거나 급식 순서를 정하는 일을 맡으면 이상할 정도로 꼼꼼했다.

친한 친구가

“나 오늘 준비물 안 가져왔다고 하지 말아주면 안 돼?”

라고 부탁했을 때도 고민하다 결국 이름을 적었다.

친구는 말했다.

“너 너무한다.”

미경은 억울했다.

'내가 너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런 경험을 통해 미경은 조금씩 알게 됐다.

사람들은 공평한 것을 원하면서 자신에게는 예외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의 미경은 자신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상위권과 중상위권 사이였다.

특별히 한 과목을 압도적으로 잘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떨어지는 과목도 없었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은 채점 결과에 따라 울거나 들뜨곤 했다.

미경은 그런 반응을 조금 이해하지 못했다.

점수는 점수라고 생각했다.

대신 자신의 예상보다 성적이 낮으면 집에 돌아와 오답을 하나씩 확인했다.

“왜 틀렸는지 알아야 다음에 안 틀리지.”

미경이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사고방식이 이때부터 이미 있었다.

친구가 연애 문제로 울면서 상담하면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걔가 세 번이나 약속 어겼잖아.”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그렇지.”

미경에게는 그 말이 어렵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것과 약속을 어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미경도 친구와 싸우면 상대의 말 한마디를 며칠 동안 곱씹었다.

자신은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판단의 언어로 바꾸는 편에 가까웠다.

20대 초반 — 교정공무원을 선택하다

처음부터 교정직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행정학을 전공했다.

취업을 생각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일반행정직을 생각했다.

그러다 경쟁률과 채용 인원을 조사하면서 교정직을 알게 됐다.

부모는 걱정했다.

어머니가 말했다.

“여자가 거기서 어떻게 일해.”

미경은 오히려 그 말 때문에 더 알아봤다.

근무 환경, 수당, 승진 구조, 채용 규모 등을 표로 만들어 비교했다.

결론은 꽤 현실적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이고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2개월 정도 준비한 뒤 합격했다.

합격했을 때 미경은 소리를 지르거나 울지 않았다.

시험 결과 화면을 세 번 새로고침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됐어.”

어머니가 더 크게 기뻐했다.

전화를 끊은 뒤에야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조금 울었다.

첫 근무

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때 미경이 가장 놀란 것은 수용자들이 자신이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만큼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목소리가 컸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예의 바랐으며,

누군가는 농담을 했다.

자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뉴스에서 보던 범죄와 눈앞의 평범한 말투를 동시에 머릿속에 두기가 어려웠다.

선배가 말했다.

“불쌍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미워해서도 안 돼. 그냥 네 할 일 해.”

미경에게 그 말은 상당히 잘 맞았다.

감정으로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편했다.

규정이 있었다.

절차가 있었다.

보고 체계가 있었다.

그것들이 처음에는 답답하기보다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졌다.

20대 후반 — 규칙이 항상 답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다

경력이 조금 쌓이면서 다른 어려움이 생겼다.

똑같은 규칙을 적용해도 결과가 같지는 않았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서류 절차를 설명해야 할 때가 있었다.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사람에게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지시하는 것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 선배는 상황에 따라 설명을 여러 번 해줬다.

미경은 처음에는 생각했다.

'저렇게 하나하나 해주면 일이 끝이 있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배의 방식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적어진다는 것도 봤다.

미경은 조금씩 같이 대하는 것과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경계는 지금까지도 어렵다.

어느 정도까지가 합리적인 배려고,

어느 순간부터가 특혜인가.

명확한 공식은 없었다.

결혼

31세 때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가전제품 수리 기사였다.

미경이 처음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약속 시간을 잘 지킨다는 점이었다.

남편은 미경보다 즉흥적이지만 기본적인 생활은 성실했다.

연애 2년 뒤 결혼했다.

크게 뜨거운 연애라기보다는 같이 살면 괜찮겠다는 확신이 조금씩 생겼다.

친구 한 명은 말했다.

“너는 결혼도 취업 결정하듯 한다.”

미경은 웃었지만 조금 기분이 나빴다.

자기도 남편을 좋아했다.

다만 사랑하는 것과 현실적인 조건을 살펴보는 일이 왜 반대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의 출생

준우가 태어난 뒤 미경은 처음으로 자신의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 존재를 매일 만나게 됐다.

아기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 먹지 않았고,

자야 할 때 자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했다.

육아서에는 일정한 수면 패턴을 만들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되지 않았다.

미경은 육아휴직 초기에 상당히 지쳤다.

남편이 한번은 말했다.

“애가 계획표대로 크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좀 두자.”

미경은 울컥했다.

“내가 애를 괴롭히려고 이러는 줄 알아?”

그날 둘은 크게 싸웠다.

그 후 미경은 육아서를 덜 읽었다.

그러나 계획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계획이 통하지 않는 영역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했다.

30대 중반

직장에서는 후배들이 생겼다.

어떤 후배는 미경에게 물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규정과 절차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후배는 미경을 조금 어려워했다.

“송 선배님은 물어보면 답은 정확한데 무서워요.”

회식 자리에서 농담처럼 들은 말이었다.

미경은 웃었다.

집에 와서도 그 말을 생각했다.

'내가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억울했다.

그러다가 얼마 뒤 후배가 실수했을 때 자신이 처음 한 말이

“왜 이렇게 처리했어?”

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괜찮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경은 자기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보다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지금도 상당 부분 그대로다.

현재

39세.

아파트 대출은 약 1억 원 정도 남았다.

부부 모두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 생활이 어렵지는 않다.

특별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크지 않다.

미경이 원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생활에 가깝다.

대출이 계획대로 줄고,

아들이 큰 문제 없이 성장하고,

부모가 건강하고,

직장에서 큰 사고 없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것.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씩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아들은 점점 부모의 설명보다 자신의 감정을 중요하게 말한다.

후배 직원들은 미경 세대보다 직장 내 관계와 개인 생활의 경계를 더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직장에서도 단순히 규칙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많다.

미경은 여전히 기준을 좋아한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문제가 애초에 기준만으로 풀 수 없다는 것도 예전보다 많이 알고 있다.

그것이 그녀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예전보다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3. 현재 심리와 일생의 연결

미경의 하루를 처음 보면 그녀는 다소 통제적이고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규칙은 단순히 다른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어린 시절 세 남매가 제한된 것을 나눠 가져야 했던 집에서, 명확한 순서는 갈등을 줄였다.

“이번에는 누구 차례인가.”

그 답을 알면 적어도 사랑받는 정도를 가지고 싸우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미경에게 기준은 오랫동안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장치이자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방법이었다.

왜 딸 생일에 전화하고 싶다는 수용자의 부탁을 바로 들어주지 않았을까?

냉정해서만은 아니다.

미경은 한 사람의 사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떠오른다.

“그 사람에게도 사정이 있으면?”

그녀는 개인적 연민보다 일관성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부탁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실제 규정을 확인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불쌍하니까 해준다”가 아니라 “원래 가능한 권리라면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공정성도 있지만 동시에 감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규정 때문이라고 말하면 자신이 그 사람을 좋아해서 또는 불쌍해서 선택했다고 인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이 원래 그래”라는 동료의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까?

미경은 사람을 좋아하는 편도, 특별히 사람을 믿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확인해야 할 것은 확인하려 한다.

이 역시 그녀에게는 친절보다는 절차에 가깝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으면 조금 불편하다.

그 표현에는 개인적인 호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경은 호의보다 공정성을 자신의 좋은 면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즉, 인정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방식이 다른 것이다.

왜 아들의 친구 문제에서 “네가 먼저 뭘 했는데?”라고 물었을까?

미경은 공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준우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신의 감정보다 판결부터 내리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미경의 장점과 약점은 거의 같은 곳에서 나온다.

그녀는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판결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단순히

“기분 나빴겠다.”

라는 말을 먼저 듣고 싶어 한다.

미경은 이 차이를 지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빠르게 나온다.

왜 아들의 기상 시간은 4분이나 늦춰주면서 직장에서는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할까?

미경도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원칙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에게는 예외를 준다.

자신의 제한속도 초과는 ‘교통 흐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들의 5분은 허용하면서 다른 사람의 규칙 위반에는 짜증을 낸다.

이것은 단순한 위선이라기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상황에 따른 자기행동의 합리화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미경 자신이 다른 사람의 예외 요구에는 민감하면서도 자신의 작은 예외는 특별히 예외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영어 학원을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검색했을까?

미경은 사회적 경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들이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욕망도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판단 기준이 흔들린다.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는 사회적 비교도 있지만 더 깊은 곳에는 부모로서 필요한 조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책임감이 있다.

미경에게 가장 불편한 상황은 실패 자체보다

“그때 내가 뭔가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

고 나중에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보를 모아둔다.

선택하지 않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는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왜 미경은 ‘사람마다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사정으로 규칙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할까?

이 두 생각은 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미경 안에서는 꽤 자연스럽게 함께 존재한다.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 행동의 결과를 없애주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정시설에서 일하면서 이 구분은 더 강해졌다.

어떤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이 가족을 사랑하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람이 한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미경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인간을 단순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는 데에는 의외로 신중하다.

다만 그 복잡함을 오래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복잡한 생각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녀는 다시 자신에게 익숙한 문장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지.”

그 말은 때로는 책임감이다.

때로는 자기방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둘 다다.

4. 이 사람의 시선으로 생각해보기

1. 미경이 당신의 직장 상사라면, 당신은 그녀를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을까?

그녀가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마다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평가가 달라질까?

반대로 그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그녀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의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2. 누군가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한가?

미경은 교정시설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에도 그 사람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이라면 이해와 용서, 공감과 면책을 어느 정도까지 구분할 수 있을까?

3. 당신에게도 ‘나는 원칙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더 관대한 영역이 있지 않을까?

미경은 다른 사람의 예외에는 민감하지만 자신의 작은 속도위반이나 아들의 4분 늦잠은 상황에 따라 받아들인다.

그것을 단순히 위선이라고 부르기 전에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가운데 정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39세 여성 교정공무원 송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