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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료실/정신의학 학습

정신질환 진단기준|슬픔·불안은 언제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될까?[정신의학 공부 9회차]

by 마음 탐구소 2026. 9. 6.

상담실의 내담자와 임상가 사이에 사고·감정·행동·생활기능·맥락을 상징하는 아이콘과 연속선이 떠 있어 정신질환의 경계를 여러 정보로 평가한다는 점을 보다.
슬픔과 불안은 언제 정신질환이 될까요? 증상·징후·증후군·장애의 차이와 고통, 기능손상, 기간, 문화적 맥락을 설명합니다. DSM-5-TR과 임상 지침을 바탕으로 우울증·불안장애를 판단하는 과정, 진료 전 확인할 질문, 신속한 의료평가가 필요한 위험신호까지 알아봅니다.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중도 안 됩니다. 우울증일까요?”
“면접을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저도 불안장애가 있는 걸까요?”
마음이 힘들 때 인터넷에서 증상을 검색해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검색 결과에는 내 이야기 같은 설명이 많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증상이 여러 진단에 반복해서 등장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일상적인 반응이고, 언제부터 정신질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정신질환 진단기준은 감정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목록이 아닙니다. 어떤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일상을 방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시작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정신의학 학습 9회차부터는 신경전달물질을 다룬 생물학적 기초에서 정신병리학으로 넘어갑니다. 정신병리학은 생각·감정·지각·행동의 어려움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연결되는지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증상과 진단의 차이, 고통과 기능손상의 의미, 진료를 받아야 할 시점을 생활 속 사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사람의 가치를 구분하는 선이 아니라, 어떤 평가와 도움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정신질환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상태’일까

아닙니다. 말수가 적거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독특한 취향이나 믿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질환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정신질환을 감정·사고·행동의 변화와 관련되며 고통이나 사회적·직업적·가족생활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는 건강 상태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고통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진단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APA: 정신질환이란 무엇인가.
임상에서 사용하는 DSM-5-TR(2022)과 ICD-11은 여러 정신질환의 임상적 특징과 진단에 필요한 조건을 정리한 체계입니다. 진단명을 통해 전문가들이 공통된 언어로 의사소통하도록 돕습니다. WHO는 2024년에 ICD-11 정신·행동·신경발달장애의 임상적 기술과 진단 요구사항을 담은 지침서를 발표했습니다. APA DSM 안내, WHO ICD-11 진단 지침서.
다만 DSM-5-TR은 진단을 위한 편람이며, 그 자체가 모든 치료 방법을 안내하는 치료 지침은 아닙니다. 진단을 내리는 일과 그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결정하는 일은 연결되지만 동일하지 않습니다. APA DSM 자주 묻는 질문.

증상·징후·증후군·장애는 어떻게 다를까

증상, 징후, 증후군, 장애를 네 카드로 비교한 인포그래픽

네 용어를 구분하면 “증상이 있으니 곧바로 질환이다”라는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용어쉬운 뜻예시
증상, symptom당사자가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불편“불안해요”, “아무것도 즐겁지 않아요”
징후, sign면담·관찰·검사에서 확인되는 소견말과 움직임이 느려짐, 날짜 질문에 반복적으로 틀리게 답함
증후군, syndrome여러 증상과 징후가 함께 나타나는 일정한 양상우울감·흥미 저하·수면 변화·피로 등이 함께 나타남
장애, disorder진단에 필요한 조건과 다른 원인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임상적 상태주요우울장애, 범불안장애 등

예를 들어 “기운이 없다”는 호소는 증상입니다. 면담에서 대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움직임도 느리다면 관찰 소견이 더해집니다. 여러 변화가 일정한 형태로 모이면 증후군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증상 → 징후 → 증후군 → 장애가 병이 점점 심해지는 순서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상태를 서로 다른 수준에서 기술하는 개념입니다. 기능손상도 이 순서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별도로 평가해야 하는 중요한 측면입니다.
징후 역시 관찰자가 해석하는 정보이므로 언제나 완벽하게 객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눈맞춤이 적다는 소견만 해도 문화, 긴장, 개인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임상 교과서의 정신상태검사도 행동·인지·기분 등의 관찰을 병력과 종합하도록 설명합니다. Clinical Methods: 정신상태검사.

고통과 기능손상은 왜 따로 살펴야 할까

고통은 당사자가 얼마나 힘든지를 뜻한다

고통(distress)은 본인이 느끼는 괴로움입니다.
발표는 끝까지 해냈지만 전날부터 극심하게 불안하고, 발표가 끝난 뒤에도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며 몇 시간씩 괴로울 수 있습니다. 겉으로 일을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내면의 어려움을 알 수는 없습니다.

기능손상은 생활에서 무엇이 어려워졌는지를 뜻한다

고통과 기능손상의 차이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기능손상(functional impairment)은 증상 때문에 학업·직업·관계·자기관리 같은 생활 영역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영역살펴볼 변화구체적인 예
학업·직업참여와 수행의 어려움불안 때문에 결석·결근이 반복됨
관계관계 유지에 생긴 어려움의심이나 회피 때문에 만남이 크게 줄어듦
자기관리기본적인 일상 유지의 어려움식사·위생·수면 관리가 무너짐
가족·가정생활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어려움돌봄이나 집안일을 지속하기 어려움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많은 진단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고통 또는 기능손상’을 고려합니다. 두 가지가 반드시 동시에 뚜렷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요구조건은 진단마다 다릅니다.
직장을 계속 다닌다고 정신건강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본인은 괴롭지 않다고 말해도 수면이 크게 줄고 과도한 활동이나 충동적 행동으로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영국 NICE의 우울증 지침도 증상 개수만 세지 말고 심각도, 과거력, 지속기간과 경과, 기능의 어려움을 함께 평가하도록 권고합니다. NICE NG222: 초기 평가.

정신질환 진단기준에서 함께 보는 여섯 가지

1. 증상이 어떤 패턴으로 모이는가

잠을 못 잔다는 말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하지 않습니다. 슬픔과 흥미 저하가 함께 있는지, 걱정 때문에 잠들기 어려운지, 잠을 거의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활동이 늘었는지에 따라 평가 방향이 달라집니다.

2.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가

하루 동안의 기분 변화와 수주간 이어지는 변화는 다르게 살펴야 합니다. 증상이 간헐적인지,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지도 중요합니다.

3. 어느 정도로 심하고 괴로운가

같은 불안이라는 표현에도 가벼운 긴장부터 견디기 힘든 공포까지 포함됩니다. 본인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 생활과 선택의 폭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겉으로 일을 계속하더라도 불안을 피하려고 업무를 바꾸고, 만남을 줄이고, 일상 대부분을 증상 관리에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성과뿐 아니라 이를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부담도 살펴야 합니다.

5. 어떤 상황과 배경에서 시작되었는가

이별·사별·실직·과로·폭력 피해처럼 증상이 나타난 맥락을 확인합니다. 환경의 어려움과 개인의 반응을 분리해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6. 다른 원인과 긴급한 위험이 있는가

신체질환, 약물, 음주와 물질사용 등을 검토합니다. 자살사고, 급성 혼란처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변화도 별도로 확인합니다.
이 여섯 가지는 이해를 위한 틀이며, 점수를 더해 진단하는 자가검사표가 아닙니다. 또한 위험성이 있어야만 정신질환인 것도 아닙니다. 위험 평가는 필요한 도움의 긴급성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정신건강 평가의 여섯 축을 3행 2열 카드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이별이나 사별 뒤의 슬픔은 우울증일까

34세 A씨가 연인과 헤어진 뒤 일주일 동안 자주 울고 잠을 설쳤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슬프니까 우울증입니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이별했으니 괜찮습니다”라고 결론내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계기가 분명한 슬픔을 존중하면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별 뒤의 애도에서는 그리움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다가, 고인과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다른 감정이 섞이기도 합니다. 주요우울장애에서는 전반적인 흥미 저하와 지속적인 우울감, 무가치감 등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특징만으로 스스로 둘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별이나 이별이 우울장애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애도와 우울장애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슬픔이 강하다는 사실만으로 질환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APA: 슬픔·애도와 우울증의 차이.
DSM-5-TR에서 주요우울삽화를 평가할 때에는 통상 최소 2주 동안의 증상 양상과 수,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즐거움 저하 등을 확인합니다. 이후 고통이나 기능손상, 다른 원인, 조증·경조증 과거력 등을 함께 검토해야 주요우울장애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슬픔이 2주를 넘었다고 자동으로 주요우울장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NIMH: 우울증의 증상과 진단.

이별·사별의 맥락과 지속되는 우울·흥미 저하·기능 변화를 겹치는 영역으로 표현한 상담 장면

진단의 기간 기준은 도움을 기다리는 기간이 아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식사·수면·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기간을 채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진단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아도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면접 걱정과 범불안장애는 무엇이 다를까

면접 전날 긴장하는 사람과, 수개월 동안 건강·돈·직장·가족 문제를 걱정하느라 하루를 소진하는 사람은 같은 ‘불안’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불안이 나타나는 양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DSM-5-TR의 범불안장애에서는 여러 일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최소 6개월 동안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은 날에 나타나는지, 걱정을 조절하기 어려운지 등을 평가합니다. 성인에서는 안절부절못함, 피로, 집중 어려움, 과민함, 근육 긴장, 수면 문제 중 여러 증상의 동반 여부도 살핍니다. NIMH: 범불안장애.
여기서 6개월은 모든 불안장애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질환과 진단체계에 따라 기간 조건이 다르며, 6개월 전에는 치료받을 수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원문의 세 사례를 비교하면 접근의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사례먼저 살펴볼 점필요한 접근
시험 전날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음상황에 따른 반응, 심각도와 회복 양상수면·준비 부담을 조절하고 어려움이 크면 상담
여러 일에 대한 걱정이 오래 지속되고 업무·수면을 방해함기간, 통제의 어려움, 동반 증상과 기능불안장애 등을 포함한 전문 평가
새 약을 시작한 뒤 갑자기 불안·두근거림·떨림이 생김약물과의 시간적 관계, 신체 증상약물·신체 원인을 포함한 의료평가

같은 불안이라도 발생 배경과 경과가 다르면 확인해야 할 질문이 달라집니다.

혈액검사나 뇌 MRI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

우울장애나 ADHD 같은 많은 정신질환은 현재 혈액검사나 뇌 MRI 하나만으로 단독 확진하지 않습니다. 혈중 세로토닌이 낮으니 우울증이고, 도파민 수치가 낮으니 ADHD라는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임상에서는 면담, 발달력과 과거 병력, 증상의 경과, 정신상태검사, 생활기능 등을 종합합니다. 필요할 때에는 당사자의 동의와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가족·보호자 등의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있다면 병력에 따라 빈혈·갑상선 문제 등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신경학적 증상이나 급성 혼란은 별도의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검사의 목적은 상태에 따라 다른 원인을 찾거나 배제하고 치료를 안전하게 계획하는 데 있습니다. NIMH: 우울증 평가에서의 의학적 원인 확인.

“집중력이 떨어진다”가 곧 ADHD는 아니다

집중력 저하는 우울, 불안, 수면 부족, 약물·물질의 영향, 신체질환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ADHD를 평가할 때에는 현재의 불편뿐 아니라 아동기부터의 증상, 여러 환경에서의 어려움, 지속기간과 기능 영향을 확인합니다. 다른 문제로 더 잘 설명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NIMH: ADHD 진단 과정.
자가검사 점수는 평가를 시작하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확정 진단이나 사람의 정체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낯선 믿음과 정신증은 어떻게 구분할까

“조상에게 기도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말 하나만으로 망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속한 문화와 종교에서 그 믿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야 합니다.
또한 같은 문화권 안에서도 개인마다 경험과 해석이 다릅니다. “그 나라 사람은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문화 자체를 고정관념으로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WHO의 2024년 ICD-11 임상 지침은 각 장애의 문화 관련 특징을 포함해 평가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WHO: ICD-11 임상 지침의 문화적 고려.
반면 “방송이 나에게만 비밀 지시를 보낸다”는 믿음이 강하게 고정되어 있고, 다른 설명을 검토하기 어렵고, 행동과 생활이 크게 달라졌다면 정신증적 경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문장만으로 조현병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신증은 조현병뿐 아니라 양극성장애, 심한 우울증, 약물·물질의 영향, 수면 부족이나 신체질환 등과 관련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NIMH: 정신증 이해하기.
이해하기 어려운 믿음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조롱하거나, 반박해서 굴복시키려 하기보다 경험과 생활 변화, 안전을 차분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상과 질환 사이에 선명한 선이 있을까

불안·우울·충동성 같은 많은 정신현상은 약한 정도에서 강한 정도까지 연속적으로 나타납니다. 진단기준은 그 복잡한 차이를 임상에서 평가하고 의사소통하기 위한 기준을 제공합니다.
이 점 때문에 범주적 접근과 차원적 접근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주적 접근은 “이 장애의 진단기준에 해당하는가?”를 묻습니다. 차원적 접근은 “어떤 어려움이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가?”를 봅니다. 실제 진단체계도 단순한 있음·없음 구분 외에 심각도 등을 함께 다룹니다.

대표 연구와 최근 진단체계의 방향

Kotov와 동료들이 2017년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에 제안한 HiTOP은 함께 나타나는 증상과 특성을 바탕으로 정신병리를 여러 수준의 차원으로 정리하려는 연구 체계입니다. 진단의 높은 동반이환과 같은 한계를 다루려는 대표적인 접근입니다. Kotov 등, 2017, HiTOP 논문.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RDoC는 심리·생물학적 기능을 정상부터 기능 이상까지의 연속선에서 연구하도록 합니다. NIMH의 2024년 설명 역시 이러한 연구 방향을 강조합니다. 다만 RDoC는 연구를 위한 틀이며 현재의 진단체계를 대신하는 임상 진단표는 아닙니다. NIMH, 2024: 정신질환 연구의 새로운 접근, RDoC의 목적과 범위.
경계가 복잡하다는 사실은 질환이나 고통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의 경험을 더 정확히 설명하고, 필요한 도움을 세밀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진료나 상담 전에 정리할 질문 10개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중도 안 됩니다”라는 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자가진단표가 아니라 전문가에게 자신의 변화를 전달하기 위한 준비 자료입니다.

  1. 언제부터 달라졌나요? 갑자기 시작됐는지, 서서히 변했는지, 계기가 있었는지 적습니다.
  2.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지속되나요? 하루 대부분인지, 특정 시간이나 상황에서만 나타나는지 확인합니다.
  3. 주로 어떤 기분이며, 좋아하던 일의 즐거움은 어떤가요? 슬픔·불안·공허함·짜증과 흥미 변화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4. 수면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잠들기 어려움, 자주 깸, 과도한 수면, 수면시간 감소를 구분합니다.
  5. 식욕·체중·에너지와 몸 상태는 어떤가요? 피로, 통증, 두근거림 등 신체 변화도 함께 적습니다.
  6. 일상에서 무엇이 어려워졌나요? 결근, 실수, 관계 회피, 식사와 위생 관리 등 실제 사례를 기록합니다.
  7. 비슷한 일이 과거에도 있었나요? 이전 진단·상담·치료 경험과 도움이 됐던 방법을 정리합니다.
  8. 잠을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고 평소보다 들뜨거나 활동이 늘었던 때가 있나요? 그때의 충동적 행동과 생활 변화도 떠올려 봅니다.
  9. 복용약·건강 상태·음주·카페인·물질사용에 변화가 있나요? 처방약 외에 감기약과 보충제도 포함합니다.
  10. 죽고 싶거나 자신을 해치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있다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현재의 생각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전문가에게 직접 알립니다.

 
정신질환 진단기준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증상 하나를 곧바로 진단명으로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슬픔과 불안의 존재뿐 아니라 증상의 조합, 기간, 심각도, 고통, 기능손상, 문화와 생활환경, 다른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오늘은 자신의 상태를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로 채점하는 대신 언제부터 무엇이 달라졌고, 생활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세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그 기록은 상담과 진료에서 훨씬 구체적인 대화를 시작하게 해줍니다.
 

이해도 확인 퀴즈

다음 세 사람을 비교해보십시오.

A

시험 전날 불안하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

B

6개월 동안 여러 일상 문제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걱정하고 업무와 수면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C

어제부터 갑자기 극심한 불안·심계항진·떨림이 생겼으며 최근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불안이라도 접근은 달라집니다.
A:

정상적 상황반응 가능성

B:

불안장애 평가 필요성

C:

약물·의학적 원인을 포함한 평가 필요성

입니다.
이것이 바로 증상 중심이 아니라 임상적 맥락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법입니다.
 
 
Q1. Symptom에 가장 가까운 것은?
A. 환자가 “불안합니다”라고 보고한다.
B. 검사실 혈액수치
C. MRI 영상
D. 처방전
Q2. Functional impairment란?
A. 증상이 있다는 사실 자체
B. 증상 때문에 직업·학업·관계·자기관리 등의 기능이 손상되는 것
C. 약을 복용하는 것
D. 병원에 방문하는 것
Q3. 다음 중 가장 정확한 설명은?
A. 슬픔이 있으면 우울장애이다.
B. 불안이 있으면 불안장애이다.
C. 증상의 존재뿐 아니라 패턴·기간·정도·맥락·기능손상 등을 종합해야 한다.
D. 정신질환은 모두 혈액검사로 확인한다.
Q4. 갑자기 혼란과 환각이 나타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사고는?
A. 조현병이라고 확정한다.
B. 심리상담부터 한다.
C. 약물·물질·delirium·신경학적 문제 등 의학적 원인도 고려한다.
D. 성격 문제라고 판단한다.
Q5. 특정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종교적 믿음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A. 자신의 가치관
B. 믿음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정도
C. 문화·종교적 맥락
D. 내담자의 직업
정답: A / B / C / C / C

생각해 볼 복습 문제

문제 1

다음을 구분해서 자신의 말로 설명해보십시오.

Symptom / Sign / Syndrome / Disorder

문제 2

왜

“집중력이 떨어진다 = ADHD”

라고 판단할 수 없을까요?
최소한 우울 / 불안 / 수면 / 약물·물질 / 신체질환을 포함해서 설명해보십시오.

문제 3

다음 두 사람에게 똑같이 “불안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A: 내일 중요한 면접 때문에 불안하다.

B: 수개월간 거의 매일 여러 영역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통제하기 어려우며 직장과 수면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context / duration / distress / impairment 네 단어를 이용해 설명해보십시오.

문제 4 — 임상사고

내담자가 처음 상담에 와서 말합니다.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중도 안 됩니다.”

바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추가로 물어봐야 할 질문 10개를 만들어보십시오.
좋은 질문에는 증상의 시작·기간·기분·흥미·수면·식욕·에너지·기능·물질 및 약물·조증 과거력·신체질환·자살위험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연습부터는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임상면담 사고방식을 훈련하는 단계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상담실에 들어온 사람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외모·행동 → 언어 → 기분과 정동 → 사고과정 → 사고내용 → 지각 → 인지 → 통찰 → 판단
순서로 살펴봅니다.
특히 mood와 affect의 차이, 사고과정(thought process)과 사고내용(thought content)의 차이, 환각과 망상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다음 회차의 핵심 목표입니다.
 
다음 10회차에서는 정신상태검사(MSE)를 다룹니다. 외모와 행동, 언어, 기분과 정동, 사고과정과 사고내용, 지각, 인지, 통찰과 판단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살피는지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