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적 행동치료(DBT)를 개발한 마샤 리네한의 생애와 수용·변화의 원리, 마음챙김·고통감내·감정조절·대인관계 기술, 치료효과와 일상 활용법을 살펴봅니다.
감정이 너무 커지면 머리로는 “진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동을 멈추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고객에게 예상하지 못한 수정 요청을 받은 뒤 불안과 수치심이 밀려와 파일을 열지 못하거나, 가까운 사람의 짧은 답장을 거절로 받아들여 관계를 끊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감정을 억누르려고 할수록 더 커지고, 자신을 비난할수록 충동적인 행동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듣는 조언은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감정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고, 변화를 요구하기만 하면 지금의 고통을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마샤 리네한(Marsha M. Linehan, 1943~)은 이 두 가지 태도를 하나의 치료 안에 결합했습니다.
그녀가 개발한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는 다음과 같은 두 문장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과 고통에는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행동을 배워야 합니다.
DBT는 감정을 없애거나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치료가 아닙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견디며, 충동에 따라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삶에 더 가까운 행동을 선택하도록 돕는 종합적인 심리치료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공개한 임상심리학자
마샤 리네한은 1943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태어났습니다.
청소년기였던 1961년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자해·자살행동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장기간 입원했습니다. 당시에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약물치료와 전기경련치료, 격리 등을 경험했습니다. 리네한은 훗날 자신의 당시 상태가 오늘날의 경계선 성격장애 증상에 더 가까웠다고 회고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현재의 진단기준을 과거에 소급하여 확정한 공식 진단이라기보다, 리네한 자신이 자신의 경험을 해석한 설명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녀는 병원에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며 언젠가 자신이 회복한다면 비슷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로욜라대학교 시카고에서 1968년 심리학 학사, 1970년 석사, 1971년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 후에는 자살예방기관에서 임상훈련을 받고 행동수정과 행동치료를 연구했습니다.
1977년 워싱턴대학교에 합류한 리네한은 만성적인 자살위험과 반복적인 자해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를 연구했습니다. 이후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행동연구치료클리닉 소장을 지냈으며, 2019년 은퇴한 뒤 명예교수가 됐습니다.
리네한은 오랫동안 자신의 과거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1년 자신이 겪었던 입원과 자살위기, 자해 경험을 대중에게 밝혔고, 2020년 회고록 《Building a Life Worth Living》에서 자신의 삶과 DBT 개발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녀의 경험은 DBT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지만, 한 학자의 연구를 개인적인 진단이나 고통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DBT는 리네한의 체험에 행동과학, 임상연구, 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과 변증법적 철학이 결합되면서 발전한 치료입니다.
기존 행동치료에 수용을 더하다
리네한은 처음에 인지행동치료와 행동치료의 변화를 위한 기법을 자살위험이 높은 내담자들에게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어려움이 나타났습니다.
치료자가 문제행동을 빠르게 바꾸려고 하면 내담자는 “내 고통은 이해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만 지적한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고통을 공감하고 수용하는 데만 집중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과 삶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충분히 변화시키기 어려웠습니다.
리네한은 여기서 치료의 핵심적인 딜레마를 발견했습니다.
- 변화만 강조하면 현재의 고통을 부정당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 수용만 강조하면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행동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 수용과 변화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반대말처럼 보입니다.
DBT는 이 두 방향을 동시에 유지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동시에 현재의 행동 중에는 반드시 바꿔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이처럼 겉으로 반대되는 두 사실을 함께 인정하고 더 넓은 해결책을 찾는 태도를 변증법적 사고라고 합니다.
변증법은 ‘둘 중 하나’에서 벗어나게 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사고가 극단적으로 좁아질 수 있습니다.
- 성공하거나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 상대가 나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것이다.
- 내 감정을 따르거나 완전히 억눌러야 한다.
- 나를 받아들이거나 변화해야 한다.
- 내가 옳거나 상대가 옳다.
변증법적 사고는 이런 양자택일에 질문을 던집니다.
- 이번 결과는 기대보다 부족했고, 동시에 모든 것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행동에 화가 날 수 있습니다.
-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더 효과적인 행동을 배울 수 있습니다.
- 내 관점과 상대의 관점에 각각 일부 타당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DBT의 핵심은 ‘하지만’보다 ‘그리고’를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지금 매우 괴롭다. 그리고 이 순간을 통과할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변증법적 사고가 모든 갈등에서 중간만 선택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폭력과 착취, 명백한 위험에서는 안전확보와 단호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현실을 흑백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여러 사실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생물사회적 이론은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DBT는 심각한 감정조절의 어려움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생물사회적 이론(biosocial theory)을 제시합니다.
이 이론에서는 생물학적·기질적 정서 취약성과 환경의 반응이 오랜 시간 상호작용한다고 봅니다.
정서적 취약성
정서적 취약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작은 자극에도 감정이 빠르게 활성화됩니다.
- 감정의 강도가 매우 크게 올라갑니다.
- 감정이 가라앉고 평소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같은 비판을 듣더라도 어떤 사람은 잠시 기분이 나쁜 정도로 지나가지만, 다른 사람은 강한 수치심과 분노, 버림받을 것 같은 공포를 오랫동안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비수용적 환경
비수용적이거나 무효화하는 환경에서는 개인의 감정과 경험이 반복적으로 무시되거나 잘못됐다고 평가됩니다.
- “그 정도 일로 왜 그렇게 예민해?”
- “울지 마. 아무 일도 아니야.”
- “네가 관심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 “화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 “네가 느끼는 건 사실이 아니야.”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감정을 불신하거나, 감정을 알아봐 달라는 신호를 더 강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사회적 이론을 가족이나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이론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비수용은 가정뿐 아니라 또래관계, 학교, 직장, 의료체계와 사회문화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최선을 다했더라도 아이의 높은 정서적 민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서로의 반응이 악순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생물사회적 이론은 하나의 임상적 설명모형이지, 특정한 성장환경만으로 경계선 성격장애가 발생한다고 단정하는 인과공식은 아닙니다.
DBT는 단순한 감정조절 수업이 아니다
SNS나 자기계발 콘텐츠에서는 DBT가 마음챙김이나 감정조절 기술 몇 가지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표준적인 종합 DBT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치료요소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 치료요소 | 주요 역할 |
| 개인치료 | 개인의 목표를 정하고 위험행동과 생활문제를 분석하며 기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함 |
| 기술훈련 집단 | 수업과 과제 형식으로 마음챙김·고통감내·감정조절·대인관계 기술을 배움 |
| 전화 코칭 | 치료실 밖의 어려운 순간에 기술을 적용하도록 제한된 범위 안에서 코칭함 |
| 치료자 자문팀 | 치료자가 지치거나 치료방향을 잃지 않도록 팀이 서로 지원하고 치료의 질을 관리함 |
워싱턴대학교의 설명에 따르면 표준 DBT의 기술훈련은 보통 매주 진행되며, 개인치료와 함께 장기간 운영됩니다. 전화 코칭 역시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위기상담 전화가 아니라 치료자와 미리 정한 목적과 범위 안에서 제공되는 치료요소입니다.
따라서 DBT 기술을 소개하는 책이나 영상, 단기 집단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자살위험이 높은 사람을 위한 종합 DBT 전체와 동일한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부터 다룬다
여러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면 무엇부터 다뤄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DBT는 치료목표의 우선순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정합니다.
| 우선순위 | 치료목표 |
| 1순위 | 자살시도·자해 등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 |
| 2순위 | 반복적인 결석이나 중도이탈처럼 치료를 방해하는 행동 |
| 3순위 | 중독, 심각한 관계갈등, 주거·경제 문제처럼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행동 |
| 4순위 | 기존 문제행동을 대신할 새로운 생활기술의 습득 |
이 순서는 “감정의 원인을 깊이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생명과 치료의 지속성이 확보돼야 다른 문제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입니다.
DBT의 최종목표도 단순히 증상을 줄이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위기를 반복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삶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네 가지 핵심기술이 수용과 변화를 연결한다
DBT 기술은 크게 네 영역으로 나뉩니다.
| 기술영역 | 핵심 질문 |
| 마음챙김 | 지금 내 안과 밖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
| 고통감내 |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을 악화시키지 않고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
| 감정조절 | 감정을 이해하고 취약성을 낮추며 필요한 감정변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 대인관계 효율성 | 관계와 자기존중을 지키면서 필요한 것을 어떻게 요청하고 거절할 것인가 |
마음챙김은 현재를 판단 없이 관찰한다
DBT의 마음챙김은 머릿속을 비우거나 편안한 상태를 만드는 훈련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 신체감각과 행동충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입니다.
- “나는 무능하다”가 아니라 “내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 “이 상황은 견딜 수 없다”가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고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 “상대가 나를 무시했다”가 아니라 “상대가 내 메시지에 세 시간 동안 답하지 않았다.”
DBT에서는 감정에 휩쓸린 감정적 마음, 논리와 사실만 보려는 이성적 마음, 두 정보를 함께 고려하는 지혜로운 마음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지혜로운 마음은 감정을 제거한 차가운 이성이 아닙니다. 감정이 알려주는 정보와 현실적인 사실을 모두 고려한 뒤 장기적인 목표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고통감내는 위기를 악화시키지 않는 기술이다
모든 문제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가 끝났거나 계약이 취소됐거나 이미 실수가 발생했다면, 그 사실을 즉시 없앨 수 없습니다. 이때 고통을 견디지 못해 충동적인 메시지를 보내거나 술과 약물, 과소비, 공격행동으로 벗어나려고 하면 새로운 문제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고통감내는 고통을 좋아하거나 참기만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 행동하기 전에 잠시 멈춥니다.
- 위험한 장소와 수단에서 거리를 둡니다.
- 호흡과 감각을 활용해 신체적 각성을 낮춥니다.
- 주의를 안전한 활동으로 잠시 전환합니다.
- 지금 바꿀 수 없는 현실과 싸우면서 고통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봅니다.
- 위기가 낮아진 뒤 문제해결로 이동합니다.
고통감내의 목표는 오늘의 고통을 내일의 더 큰 문제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감정조절은 감정을 억압하는 기술이 아니다
감정은 행동을 준비시키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불안은 위험을 살피게 하고, 분노는 부당함에 대응하게 하며, 슬픔은 상실을 처리하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감정을 없애려고만 하면 감정이 가진 정보를 놓칠 수 있습니다.
DBT의 감정조절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연습합니다.
- 감정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붙입니다.
- 감정을 촉발한 사건과 해석을 구분합니다.
- 감정의 강도가 실제 사실에 맞는지 확인합니다.
- 수면부족·공복·질병·과로처럼 정서적 취약성을 키우는 조건을 관리합니다.
- 감정이 사실과 맞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행동충동과 반대되는 행동을 선택합니다.
-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구체적인 문제해결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실수가 드러날까 봐 불안해 작업파일을 피하고 있다면 회피는 단기적으로 불안을 줄이지만 장기적으로 마감압박을 키웁니다. 실제 위험이 과장돼 있고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파일을 열고 수정범위를 확인하는 반대행동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라면 무조건 접근할 것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반대행동은 현실검토 없이 두려운 일에 뛰어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대인관계 효율성은 관계와 자기존중을 함께 지킨다
감정이 격해지면 필요한 것을 말하지 못하고 참다가 폭발하거나, 상대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 뒤 억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DBT의 대인관계 기술은 세 가지 목표를 함께 고려합니다.
-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
- 관계를 가능한 한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 자신의 가치와 자기존중을 지키는 것
대표적인 의사소통 구조인 DEAR MAN은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단계 | 고객 수정 요청사례 |
| Describe·묘사 | “초기 계약범위에는 장면 수정 2회가 포함돼 있고, 현재 3차 수정 요청을 받았습니다.” |
| Express·표현 | “추가 수정에는 일정과 비용 조정이 필요합니다.” |
| Assert·주장 | “추가 장면은 별도 견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
| Reinforce·강화 | “범위를 확정하면 납기와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
| Mindful·집중 | 상대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핵심 요청으로 돌아옵니다. |
| Appear confident·침착함 |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분명한 말투를 유지합니다. |
| Negotiate·협상 | 장면 수를 줄이거나 납기를 연장하는 대안을 논의합니다. |
이 기술은 상대를 설득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자신의 요구를 분명히 표현하고 거절을 감당하며, 서로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틀입니다.
급진적 수용은 현실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DBT에서 자주 오해되는 개념이 급진적 수용(radical acceptance)입니다.
급진적 수용은 현재의 현실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 계약이 이미 취소됐습니다.
- 상대방은 내가 원하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 과거의 사건은 발생하지 않은 일로 바꿀 수 없습니다.
- 지금 나는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 일이 옳았다고 인정하거나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급진적 수용이 아닌 것 | 급진적 수용에 가까운 것 |
| 부당한 행동을 정당화함 | 그 행동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인정함 |
| 상대를 반드시 용서함 | 용서 여부와 별개로 현재 상황을 확인함 |
| 위험한 관계에 계속 머묾 | 위험을 인정하고 안전한 거리를 선택함 |
| 아무것도 바꾸지 않음 |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함 |
| 감정을 억누름 |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함 |
현실을 거부하면 원래의 고통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됐다”는 두 번째 고통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수용은 첫 번째 고통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현실과의 싸움에 사용하던 에너지를 다음 행동에 쓸 수 있게 합니다.
타당화는 모든 행동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리네한은 치료에서 타당화(validation)를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타당화는 상대의 감정과 행동이 그 사람의 경험과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수정 요청을 받자 수치심이 크게 올라왔군요. 이전에도 비판받으면 관계가 끝날 것처럼 느꼈다면 이번 반응이 강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다는 말과 행동이 효과적이거나 옳다는 말은 다릅니다.
“그만큼 화가 난 이유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위협하는 행동은 멈춰야 합니다.”
DBT에서 타당화와 변화요구는 서로를 취소하지 않습니다. 감정은 인정하면서 위험하거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세울 수 있습니다.
행동연쇄분석은 충동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문제행동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DBT에서는 문제행동 전후의 연결고리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행동연쇄분석(chain analysis)을 사용합니다.
고객의 수정 요청을 받고 작업을 이틀 동안 피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단계 | 내용 |
| 취약요인 | 전날 4시간 수면, 공복, 다른 프로젝트 마감이 겹침 |
| 촉발사건 | 고객이 “전체적인 완성도가 기대와 다르다”고 메시지를 보냄 |
| 생각 | “고객이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계약이 취소될 것이다.” |
| 신체감각 | 심장이 빨라지고 얼굴이 뜨거워짐 |
| 감정 | 수치심 90점, 불안 85점, 분노 60점 |
| 행동충동 | 메시지를 닫고 잠적하고 싶음 |
| 문제행동 | 답장을 미루고 작업파일을 열지 않음 |
| 단기결과 | 잠시 불안이 낮아짐 |
| 장기결과 | 마감이 촉박해지고 고객의 불만과 자기비난이 커짐 |
| 가능한 기술 | 잠시 멈추기, 사실 확인, 수정범위 질문, 20분 동안 파일 확인, 일정 협상 |
행동연쇄분석의 목적은 잘못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연결고리 중 어디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찾는 것입니다.
아론 벡·앨버트 엘리스와 무엇이 다를까
마샤 리네한의 DBT는 인지행동치료 전통에 속하지만 아론 벡의 인지치료, 앨버트 엘리스의 REBT와 강조점이 다릅니다.
| 구분 | 핵심적인 강조점 |
| 아론 벡 | 자동적 사고와 인지왜곡을 발견하고 근거를 공동으로 검토함 |
| 앨버트 엘리스 | 절대적 요구와 비합리적 신념을 논박해 유연한 삶의 철학으로 바꿈 |
| 마샤 리네한 | 감정을 타당화하면서 위기행동을 줄이고 실제 생활기술을 반복 훈련함 |
| 스티븐 헤이스 | 생각을 없애기보다 생각과 거리를 두고 가치에 맞는 행동을 선택함 |
REBT가 “왜 반드시 그래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DBT는 다음 질문을 함께 던집니다.
- 이 감정과 행동은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가?
- 지금 감정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 감정에 따라 행동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가?
-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바꿀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 이 순간 생명과 치료, 삶의 질 중 무엇을 먼저 다뤄야 하는가?
실제 임상에서는 접근들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습니다. 현대 CBT도 마음챙김과 수용, 감정조절을 활용하며, DBT도 사고의 정확성과 행동의 결과를 검토합니다.
대표 연구는 DBT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991년 최초의 무작위 대조시험
리네한과 동료들은 1991년 만성적인 자살·자해행동을 보이는 경계선 성격장애 여성들을 대상으로 DBT와 일반적인 지역사회 치료를 비교했습니다.
DBT 집단은 자살의도 유무와 관계없이 당시 ‘준자살행동’으로 분류하던 행동의 빈도와 의학적 심각도가 낮았고, 개인치료를 더 오래 유지했으며 입원일수도 적었습니다.
다만 우울, 절망감, 자살사고와 삶의 이유에서는 집단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DBT가 모든 증상을 동일하게 개선한다기보다 우선적으로 목표로 삼은 위험행동과 치료유지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2006년 전문가 치료와의 비교
2006년 연구에서는 최근 자살·자해행동이 있었던 경계선 성격장애 여성 101명을 대상으로 1년간의 DBT와 지역사회 전문가 치료를 비교하고 1년을 추가로 추적했습니다.
DBT 참여자는 비교집단보다 자살시도 가능성이 약 절반으로 낮았고, 자살사고에 따른 입원과 정신과 응급실 이용, 치료중단도 적었습니다. 일반적인 지지나 치료자의 전문성만으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2015년 치료요소 분석
2015년 《JAMA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는 표준 DBT, 기술훈련과 사례관리, 기술훈련을 제외한 DBT 개인치료를 비교했습니다.
세 집단 모두 자살시도와 자살사고 등에서 호전됐습니다. 다만 기술훈련이 포함된 개입은 기술훈련이 없는 개인치료보다 치료기간 중 비자살성 자해빈도와 우울 개선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표준 DBT는 일부 치료유지와 추적기간의 의료서비스 이용에서도 장점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기술훈련의 중요성을 지지하지만, 기술훈련만 있으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자살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종합 DBT가 가장 많이 연구된 형태입니다.
최신 연구는 효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2020년 코크란 문헌고찰은 경계선 성격장애 심리치료에 관한 무작위 대조시험 75편, 총 4,507명의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심리치료는 일반치료와 비교해 경계선 성격장애 증상과 자살 관련 결과를 개선하고, 자해와 우울을 줄이며 심리사회적 기능을 높일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DBT는 일반치료보다 증상심각도와 자해, 심리사회적 기능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결과의 근거확실성이 낮았고 연구규모, 비교집단, 치료형태가 서로 달랐습니다. 따라서 DBT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모든 대상과 증상에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Behavior Therapy》의 연구현황 논문도 DBT가 치료에서 직접 목표로 삼은 행동을 개선한다는 연구가 다수 축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어떤 구성요소가 누구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치료기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실제 의료현장에 어떻게 보급할지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 미국정신의학회 지침은 경계선 성격장애 치료에서 문헌의 지지를 받으며 핵심증상을 표적으로 하는 구조화된 심리치료를 권고했습니다. DBT를 포함한 여러 구조화된 치료가 효과를 보였지만, 어느 하나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유일한 ‘최고 치료’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약물치료는 핵심증상의 단독치료가 아니라 구체적인 표적증상이나 동반질환에 대해 제한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DBT-A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년 173명의 고위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DBT가 지지적 개인·집단치료보다 치료 직후 반복적인 자살시도와 비자살성 자해, 전체 자해를 줄이는 데 이점을 보였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단 차이는 약해졌습니다. 청소년에게는 발달단계와 가족환경을 고려한 전문적인 평가와 개입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활용하는 DBT 7단계 기록법
감정이 급격히 커질 때 다음 순서로 기록해 볼 수 있습니다.
1. 관찰 가능한 사건을 적는다
- “고객이 나를 무시했다”보다
- “고객이 영상의 세 장면을 다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적습니다.
2. 취약요인을 확인한다
- 수면부족
- 공복과 과로
- 신체질환이나 통증
- 이전 갈등의 영향
- 여러 마감이 겹친 상태
같은 사건도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훨씬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감정·생각·충동을 구분한다
- 감정: 불안 80점, 수치심 70점
- 생각: “이번 일로 계약이 끝날 것이다.”
- 신체: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이 뜨거움
- 충동: 답장을 미루고 도망가고 싶음
4. 사실을 확인한다
- 고객이 실제로 계약해지를 말했는가?
- 수정범위가 계약에 포함돼 있는가?
- 내가 모르는 정보를 질문할 수 있는가?
- 지금의 감정강도가 확인된 사실과 맞는가?
사실을 확인한다고 감정이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 현실에 어느 정도 맞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5. 수용과 변화를 한 문장에 넣는다
“수정 요청을 받으니 불안하고 위축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정확한 범위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6. 지금 필요한 기술을 고른다
- 각성이 너무 높음: 고통감내와 신체 진정
- 사실과 다른 해석이 큼: 사실 확인
- 회피충동이 문제를 키움: 작은 반대행동
- 요구와 경계가 불분명함: 대인관계 기술
- 바꿀 수 없는 사건을 계속 거부함: 급진적 수용
7. 가장 작은 효과적 행동을 정한다
- 5분 동안 수정 요청을 항목별로 나눕니다.
- 계약서의 수정범위를 확인합니다.
- 모호한 부분을 질문하는 답장을 작성합니다.
- 추가비용과 납기를 계산합니다.
-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중요한 결정을 잠시 미룹니다.
목표는 감정을 0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이 남아 있어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DBT를 적용할 때 주의할 점
강한 감정만으로 특정 장애를 판단하지 않는다
감정기복과 관계갈등, 충동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경계선 성격장애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ADHD, 불안장애, 강박장애, 자폐스펙트럼, 물질사용과 수면문제 등에서도 일부 비슷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은 증상의 지속기간과 맥락, 기능손상, 발달과정과 다른 가능성을 종합해 전문가가 평가해야 합니다.
감정에 대한 책임과 사건의 책임을 구분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폭력과 차별, 착취를 당한 사람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DBT 기술은 부당한 상황을 참고 견디는 법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효과적인 경계를 세울 힘을 키우는 데 사용돼야 합니다.
자기관리와 종합치료를 혼동하지 않는다
마음챙김과 감정기록, 대인관계 기술은 일상적인 스트레스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자해·자살충동, 심각한 섭식문제와 물질사용, 통제하기 어려운 충동행동이 있다면 기록지나 영상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현재 위험과 동반문제, 적절한 치료방식을 평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해칠 구체적인 계획이나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면 혼자 감정을 견디려 하지 말고 위험한 수단에서 거리를 둔 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가까운 응급의료기관 또는 지역 응급서비스에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마샤 리네한에게서 기억할 핵심
- 마샤 리네한은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를 개발한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입니다.
- DBT는 처음에는 만성적인 자살·자해행동을 보이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를 위해 개발됐습니다.
- DBT의 핵심적인 변증법은 수용과 변화입니다.
- 수용은 체념이나 찬성이 아니며, 변화는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 생물사회적 이론은 정서적 취약성과 비수용적 환경의 상호작용을 강조합니다.
- 표준 DBT는 개인치료, 기술훈련 집단, 전화 코칭과 치료자 자문팀으로 구성됩니다.
- 치료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 치료방해 행동, 삶의 질을 해치는 행동, 기술습득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 네 가지 기술영역은 마음챙김, 고통감내, 감정조절과 대인관계 효율성입니다.
- 급진적 수용은 부당함을 인정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 타당화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며 모든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 행동연쇄분석은 문제행동을 비난하기보다 바꿀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습니다.
- DBT의 효과를 지지하는 임상연구가 축적됐지만 모든 증상과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 2024년 미국정신의학회 지침은 DBT를 포함한 구조화된 심리치료를 지지하지만, 어느 하나를 유일한 최고 치료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 DBT 기술을 활용한 자기관리는 전문적인 진단과 종합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너무 클 때 우리는 흔히 두 가지 극단을 오갑니다.
감정을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감정이 시키는 행동을 그대로 실행합니다. 자신을 무조건 받아들이려다가 변화를 포기하기도 하고, 자신을 바꾸려다가 지금의 자신을 미워하기도 합니다.
마샤 리네한이 제시한 길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지금 매우 괴롭다. 그리고 이 순간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의 감정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 감정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시에 감정이 명령하는 모든 행동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용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는 일입니다. 변화는 자신을 벌주는 일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행동을 배우는 일입니다.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도 잠시 멈추고, 사실을 확인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한 말을 하고, 아주 작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선택이 반복될 때 우리는 단순히 위기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 리네한이 강조한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삶’을 만드는 것.
'심리학자 소개 > 10부. 정신건강 치료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심리학자 알아보기 33|스티븐 헤이스, 생각을 없애지 않고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0) | 2026.08.03 |
|---|---|
| 심리학자 알아보기 31|앨버트 엘리스, 사건보다 해석이 감정을 만든다 (0) | 2026.08.03 |
| 심리학자 알아보기 30|아론 벡,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달라질까? 인지치료와 자동적 사고 (0) |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