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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소개/9부.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심리학자 알아보기 28|레이먼드 커텔과 한스 아이젠크, 성격을 숫자로 측정하다

by 심리 탐험가 2026. 8. 1.
레이먼드 커텔의 16가지 성격요인과 한스 아이젠크의 PEN 모형을 통해 성격을 측정하는 원리를 알아봅니다. 요인분석부터 성격검사의 한계, 올바른 결과 해석법과 최신 AI 성격측정 연구까지 쉽게 설명합니다.

 

“성격검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이게 진짜 제 성격인가요?”

인터넷에서 성격검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외향성 70점, 정서적 안정성 40점처럼 숫자가 표시되면 막연했던 성격이 객관적으로 정리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며 자신을 단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격이라는 복잡한 심리적 특성을 정말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표적인 심리학자가 레이먼드 커텔(Raymond B. Cattell)한스 아이젠크(Hans J. Eysenck)입니다. 두 사람은 수많은 행동과 성격 표현 속에 숨어 있는 기본 차원을 통계적으로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커텔은 성격을 16개의 비교적 세밀한 요인으로 설명했고, 아이젠크는 외향성·신경성·정신병적 경향이라는 세 가지 넓은 차원으로 압축했습니다. 두 학자의 결론은 달랐지만, 성격을 막연한 인상이나 유형이 아니라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연속적인 특성으로 연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요인분석이 무엇인지, 커텔의 16PF와 아이젠크의 PEN 모형은 어떻게 다른지, 성격검사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성격을 숫자로 바꾸려 한 두 심리학자

레이먼드 커텔은 누구인가

레이먼드 버나드 커텔은 1905년 영국에서 태어나 1998년까지 활동한 영국계 미국 심리학자입니다. 처음에는 화학을 공부했지만, 이후 심리학으로 연구 분야를 바꾸었습니다.

화학자가 수많은 물질을 기본 원소로 분류하듯이, 커텔은 복잡한 인간의 성격에도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찾기 위해 당시 심리학에서는 비교적 새로웠던 요인분석과 다변량 통계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성격뿐 아니라 지능, 동기, 감정과 창의성도 연구했습니다.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을 구분한 연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즉 그는 새로운 분석기법을 이용해 성격과 지능을 더 세밀하게 측정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스 아이젠크는 누구인가

한스 위르겐 아이젠크는 1916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성격심리학과 행동치료, 지능, 유전과 환경의 관계를 폭넓게 연구했습니다.

아이젠크는 커텔처럼 요인분석을 사용했지만, 성격을 16개 요인으로 나누는 것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더 적은 수의 넓은 차원으로도 성격의 중요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1947년 출간한 《Dimensions of Personality》에서 외향성-내향성과 신경성-정서적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차원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심리학자이자 공동연구자인 시빌 아이젠크(Sybil B. G. Eysenck)와 함께 정신병적 경향을 추가해 PEN 모형을 발전시켰습니다. 

구분 레이먼드 커텔 한스 아이젠크  
주요 관심 성격의 세밀한 기본요인 성격을 구성하는 넓은 상위차원  
대표 모형 16가지 성격요인, 16PF PEN 모형  
주요 방법 어휘연구, 요인분석, 다변량 분석 요인분석, 실험, 생물학적 측정  
성격의 구조 여러 개의 좁은 1차 요인 세 개의 넓은 상위요인  
대표 검사 16PF Questionnaire EPI, EPQ, EPQ-R  
공통점 성격을 유형이 아닌 연속적인 차원으로 측정하려 함 성격을 유형이 아닌 연속적인 차원으로 측정하려 함  

요인분석은 무엇인가

요인분석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기본 생각은 단순합니다.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여러 관찰값을 묶어 그 뒤에 있는 공통요인을 찾는 통계방법입니다.

100명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가
  •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를 좋아하는가
  •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선호하는가
  • 대화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가

이 문항들의 점수가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면, 그 뒤에 ‘외향성’이라는 공통요인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요인분석은 서랍을 정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양말, 셔츠, 바지와 뒤섞여 있는 옷을 특징에 따라 묶으면 몇 개의 범주가 나타납니다. 다만 통계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 어떤 문항과 행동을 자료에 포함할 것인가
  •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할 것인가
  • 몇 개의 요인을 남길 것인가
  • 요인을 더 쉽게 해석하기 위해 어떻게 회전할 것인가
  • 나타난 요인에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가

따라서 요인은 자연 속에서 완성된 상태로 발견되는 물체라기보다, 자료와 통계적 기준, 연구자의 판단을 통해 구성되는 설명모형에 가깝습니다. 표본과 문항이 달라지면 요인의 개수와 의미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커텔은 성격자료를 세 가지로 나누다

커텔은 자기보고식 설문지만으로 성격을 연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격자료를 크게 L자료, Q자료, T자료로 구분했습니다.

자료 유형 의미 예시
L자료 실제 생활기록과 타인의 관찰 지각 횟수, 업무평가, 친구의 관찰, 학교생활 기록
Q자료 자신이 직접 응답한 설문자료 “나는 낯선 사람과 쉽게 대화한다”에 대한 응답
T자료 검사 목적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객관적 과제자료 반응시간, 문제해결 방식, 선택 행동
종합 목적 서로 다른 자료에서 비슷한 성격구조가 나타나는지 확인 설문 결과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지 검토

자기보고식 검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모습으로 보이려는 경향, 자기이해의 부족, 문항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생활기록은 행동을 보여주지만 그 행동의 동기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조용한 사람도 내향적이어서 말하지 않을 수 있고, 긴장하거나 그 주제에 관심이 없어서 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커텔은 여러 종류의 자료를 함께 사용하면 한 가지 측정방식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의 다방법 심리평가와도 연결됩니다.

커텔의 16가지 성격요인을 살펴보다

커텔은 앞선 27편에서 다룬 고든 올포트와 헨리 오드버트의 성격 어휘연구를 발전시켰습니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줄이고 사람들의 평가자료에 요인분석을 적용해 성격의 기본 차원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16가지 성격요인(16 Personality Factors)과 이를 측정하는 16PF 검사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16PF는 여러 차례 개정된 형태이므로, 초기 검사와 최신 판본의 문항 및 해석방식은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커텔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표면특성이라고 하고, 여러 행동 뒤에서 공통으로 작용하는 더 기본적인 성향을 원천특성 또는 근원특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예를 들어 먼저 말을 걸고, 모임을 즐기며, 활동적인 행동은 서로 다른 표면특성처럼 보입니다. 커텔은 그 뒤에 사람을 향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공통적인 원천특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6개 요인은 연속선으로 측정한다

16PF의 요인은 어느 한쪽이 무조건 좋은 성격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각 사람은 두 방향 사이의 연속선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상황과 역할에 따라 양쪽 특성이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격요인 낮은 방향 높은 방향
온정성 거리 유지, 사무적임 따뜻함, 사람에게 관심을 보임
추론능력 구체적인 방식의 추론 추상적인 방식의 추론
정서적 안정성 감정과 스트레스에 민감함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침착함
지배성 양보하고 협조하는 편 주도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함
활력성 진지하고 절제된 편 활발하고 생동감이 있음
규칙의식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함 규칙과 의무를 중시함
사회적 대담성 낯선 사회적 상황에서 조심스러움 사람들 앞에서 대담하게 행동함
민감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편 감정과 미적 경험에 민감함
경계성 타인을 비교적 쉽게 신뢰함 타인의 의도를 주의 깊게 살핌
관념성 현실과 당면 과제에 집중함 생각과 상상에 몰입하는 편
사적 성향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냄 개인적인 정보를 신중하게 관리함
근심성 자신감 있고 걱정이 적은 편 실수와 평가를 염려하는 편
변화개방성 익숙한 방식과 전통을 선호함 새로운 생각과 변화를 선호함
자기의존성 집단과 협의하며 결정함 혼자 판단하고 처리하는 편
완벽주의 질서에 비교적 유연함 계획과 정돈을 중요하게 생각함
긴장성 느긋하고 이완된 편 긴장과 조급함을 쉽게 경험함

한국어 번역은 검사 판본과 교재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추론능력’은 다른 15개 성격요인보다 인지능력의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16개 항목을 모두 동일한 종류의 성격특성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16PF는 16개의 세부요인뿐 아니라 외향성, 불안, 강인성, 독립성, 자기통제처럼 더 넓은 상위요인도 제공합니다. 커텔의 모형은 성격이 좁은 특성과 넓은 특성으로 구성된 위계적 구조를 가진다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16PF의 역사와 구조를 정리한 Cattell과 Mead의 해설 논문에서는 이 검사가 정상 범위의 성격을 여러 1차 요인과 상위요인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이젠크는 성격을 세 차원으로 압축하다

아이젠크는 커텔보다 훨씬 간결한 모형을 선호했습니다. 그는 반복되는 개별 행동이 습관적인 반응을 만들고, 습관적 반응이 특성을 이루며, 여러 특성이 다시 넓은 상위차원으로 묶인다고 보았습니다.

아이젠크의 최종 모형은 정신병적 경향(P), 외향성(E), 신경성(N)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PEN 모형이라고 불립니다.

외향성은 자극을 찾는 경향을 보여준다

외향성은 사회적 자극과 활동을 선호하고 긍정적인 정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음
  • 대화를 먼저 시작함
  • 활동과 변화를 선호함
  • 즐거움과 흥분을 적극적으로 찾음

외향성이 낮은 사람은 혼자 있거나 자극이 적은 환경을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깊은 관계를 선호하고 생각한 뒤 말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아이젠크는 외향적인 사람이 평소의 대뇌피질 각성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더 많은 외부 자극을 찾고,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각성 수준 때문에 자극적인 환경을 피할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이 가설은 성격을 뇌의 작동과 연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러나 현대 연구에서 외향성을 하나의 뇌 부위나 단순한 각성 수준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결론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자극의 종류, 측정방법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경성은 부정적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나타낸다

신경성은 불안, 걱정, 긴장과 같은 부정적 정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차원입니다. 최근에는 낙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부정정서성’ 또는 ‘정서적 불안정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 불확실한 상황에서 걱정을 많이 함
  •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이 오래 지속됨
  • 실수나 타인의 평가에 민감함
  • 위험 신호를 빠르게 알아차림

신경성이 높다고 해서 신경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불안을 느끼는 성향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아이젠크는 신경성의 개인차가 자율신경계와 변연계의 반응성에 관련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도 성격특성에 유전적·생물학적 영향이 있다는 사실은 지지되지만, 유전적 영향은 성격이 운명처럼 고정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환경, 학습, 관계와 경험도 성격이 표현되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정신병적 경향은 임상적 정신병과 다르다

PEN 모형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차원이 정신병적 경향, 즉 psychoticism입니다. 이름만 보면 정신병이나 조현병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젠크가 사용한 정신병적 경향은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성향을 넓게 묶은 개념입니다.

  • 관습을 따르지 않는 성향
  • 충동성과 위험 감수
  • 타인의 감정에 덜 민감한 태도
  • 강경함과 적대성
  • 독립적이고 비동조적인 사고

정신병적 경향 점수가 높다고 해서 정신증, 조현병 또는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차원은 여러 이질적인 특성을 한 범주에 묶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현대적 임상진단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PEN 차원 쉽게 풀어쓴 의미 반드시 구분할 것
정신병적 경향(P) 비동조성, 강경함, 충동성과 냉정함을 포함한 넓은 성향 정신증이나 조현병 진단이 아님
외향성(E) 사회적 활동과 긍정적 자극을 찾는 정도 사회성의 좋고 나쁨을 판정하지 않음
신경성(N) 걱정과 부정적 정서에 민감한 정도 불안장애나 신경증 진단이 아님

커텔의 16요인과 아이젠크의 3요인 중 무엇이 맞을까

커텔은 성격을 16개의 세밀한 요인으로 살펴보았고, 아이젠크는 세 개의 넓은 차원으로 압축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두 이론이 완전히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두 모형은 서로 다른 확대 수준에서 성격을 보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커텔의 모형이 동네의 골목과 건물까지 표시한 상세지도라면, 아이젠크의 모형은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를 보여주는 전국지도에 가깝습니다. 어떤 지도가 더 좋은지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 개인의 세밀한 차이를 알아보려면 좁은 특성이 유용합니다.
  • 많은 사람의 전반적인 경향을 비교하려면 넓은 특성이 효율적입니다.
  • 넓은 특성만 보면 서로 다른 행동 원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 세부특성만 보면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이젠크는 1991년 논문에서 성격의 기본 차원이 16개인지, 5개인지, 3개인지를 직접 논의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성격을 넓은 영역과 그 아래의 세부특성이 연결된 위계적 구조로 이해하는 접근이 널리 사용됩니다. 즉, 하나의 절대적인 숫자보다 어느 수준에서 성격을 설명하려는지가 중요합니다.

성격검사는 무엇을 측정하는가

성격은 키나 체중처럼 자로 직접 측정할 수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성격을 잠재변수라고 부릅니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여러 문항과 행동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통해 추정하는 것입니다.

성격검사의 점수는 보통 규준집단과 비교해 해석합니다. 규준집단은 검사 결과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예를 들어 외향성 백분위가 70이라면 외향성이 70% 들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해당 규준집단에서 약 70%의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백분위 70은 외향성이 70점짜리라는 뜻도, 외향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70%라는 뜻도 아닙니다. 특정 검사와 규준집단 안에서의 상대적인 위치입니다.

표준화된 검사는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같은 문항, 실시방법, 채점절차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표준화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목적에서 정확한 검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심리학회·미국교육연구학회·전미측정교육협의회가 공동 제정한 교육 및 심리검사 표준은 검사를 평가할 때 타당도, 신뢰도, 공정성, 규준, 실시와 채점방식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좋은 성격검사를 가려내는 기준

신뢰도는 결과의 일관성을 뜻한다

신뢰도는 비슷한 조건에서 검사를 반복했을 때 결과가 얼마나 일관되게 나오는지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가 매번 같다고 해서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고장 난 체중계가 매번 실제보다 5kg 높게 표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관성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타당도는 해석에 근거가 있는지를 뜻한다

타당도는 검사점수를 특정한 목적으로 해석하고 사용할 만한 이론적·경험적 근거가 있는지를 뜻합니다.

“이 검사는 타당도가 높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기이해에 참고할 수 있는 검사가 채용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도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타당도는 검사 이름보다 점수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와 관련됩니다.

규준은 누구와 비교했는지를 알려준다

성격검사는 연령, 성별, 문화와 언어에 따라 문항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국 성인의 성격을 해석하면서 오래전 다른 문화권 대학생에게서 만든 규준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비교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심리측정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성별, 연령, 문화권에서 검사가 같은 심리적 의미를 측정하는지 확인하는 측정동일성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문항과 요인이 공개되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제작됐다”는 광고 문구만 있고 개발과정, 연구논문, 신뢰도, 타당도와 규준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결과를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무료 인터넷 검사 가운데는 기존 이론의 이름만 사용하고 실제 검증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짧은 재미용 검사는 대화를 시작하는 도구는 될 수 있지만 중요한 임상·채용·진로 결정을 맡기기에는 부족합니다.

성격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같은 사람이 검사를 다시 했는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항상 검사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 나타날 수 있는 변화
현재 기분 우울하거나 불안한 날에는 부정적 문항에 더 많이 동의할 수 있음
최근 경험 직장 갈등이나 새로운 관계가 자기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음
검사 목적 채용검사에서는 더 바람직하게 보이려 할 수 있음
문항 해석 “자주”와 “적극적”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
검사 환경 피로, 시간 압박과 집중력 저하가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실제 성격 변화 새로운 역할과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특성이 서서히 달라질 수 있음
측정오차 어떤 심리검사에도 일정한 오차가 존재함

성격특성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매 순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평소 내향적인 사람도 발표를 준비한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성실한 사람도 극심하게 피곤한 날에는 계획을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젠크의 생물학적 성격이론은 어디까지 맞을까

아이젠크의 중요한 공헌은 성격을 설문점수로만 남겨두지 않고 뇌의 각성, 자율신경계 반응, 유전과 연결해 검증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현대의 행동유전학 연구는 외향성이나 신경성과 같은 넓은 성격특성에 유전적 영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하나의 ‘외향성 유전자’나 ‘불안 유전자’가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많은 유전적 차이가 작은 영향을 미치며 환경과 상호작용합니다.

뇌영상 연구에서도 성격과 관련된 평균적인 차이가 보고되지만, 한 사람의 뇌사진만 보고 성격을 정확하게 판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연구 결과는 표본, 과제와 분석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젠크의 이론은 성격의 생물학적 기반을 연구하도록 만든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가 제안한 구체적인 뇌기제까지 모두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아이젠크 연구의 검증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유명한 학자의 연구라고 해서 모두 같은 수준의 신뢰성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젠크가 로널드 그로사스-마티첵과 함께 발표한 성격·스트레스·암·심장질환 관련 연구는 비정상적으로 큰 효과와 자료의 신뢰성 문제로 심각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킹스칼리지런던 조사위원회는 해당 공동연구 결과를 안전하게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관련 학술지에 논문 철회를 권고했습니다. 2025년 갱신된 킹스칼리지런던 공식 조사문은 이 문제가 아이젠크의 모든 연구가 아니라 특정한 성격·신체건강 연구자료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 외향성과 신경성을 성격의 주요 차원으로 연구한 역사적 공헌
  • 성격이 암이나 사망을 강하게 예측한다는 신뢰하기 어려운 연구 주장

과학에서는 학자의 명성보다 연구방법, 재현 가능성, 자료의 투명성과 후속 검증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연구를 수정하고 철회하는 과정 역시 과학의 일부입니다.

최신 성격측정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한 번의 검사에서 일상 반복측정으로 이동한다

전통적인 성격검사는 한 시점에 여러 문항에 답하도록 합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하루에도 여러 번 감정, 행동과 상황을 기록하는 경험표집법과 생태순간평가가 활발하게 사용됩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다음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 그 사람의 평균적인 성격 수준
  • 상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폭
  • 어떤 사람이나 장소에서 특정 행동이 증가하는지
  • 스트레스와 수면이 성격 표현에 미치는 영향

2025년 《Annual Review of Psychology》에 소개된 집중종단연구 방법론은 일기, 경험표집과 생체측정을 이용해 일상 속 생각·감정·행동의 흐름을 연구하는 접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평균점수보다 개인의 변화 패턴을 본다

두 사람이 외향성 점수 60으로 같아도 행동 패턴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사교적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직장에서는 매우 조용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는 극도로 활발할 수 있습니다. 평균점수만 보면 두 사람은 같지만, 상황에 따른 변화 폭은 전혀 다릅니다.

최신 성격연구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뿐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 시간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함께 측정하려고 합니다.

AI가 언어와 디지털 행동을 분석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글, 음성, 소셜미디어 활동과 스마트폰 사용 패턴에서 성격특성을 추정하려는 연구도 늘고 있습니다. 2025년 발표된 머신러닝 기반 성격특성 탐지에 관한 종합 검토는 자연어처리와 딥러닝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을 정리하면서도 자료 편향, 일반화 가능성과 개인정보 문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합니다.

AI 성격분석에는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습니다.

  •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은 자료에서 민감한 특성을 추정할 수 있음
  • 특정 문화와 언어에 치우친 학습자료가 편향된 결과를 만들 수 있음
  • 그럴듯한 설명이 실제보다 정확하게 느껴질 수 있음
  • 채용과 보험 같은 중요한 결정에서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
  • 분석 결과가 임상진단으로 오해될 수 있음

AI가 분석했다는 사실이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론과 학습자료를 사용했는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했는지, 오류 범위와 개인정보 처리방식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성격검사 결과를 올바르게 읽는 방법

1. 검사 이름과 판본을 확인한다

같은 이론을 사용해도 정식 검사와 인터넷에서 간단히 만든 검사는 다릅니다. 검사명, 개발자, 판본, 문항 수와 연구 근거를 확인하세요.

2. 점수를 등급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높은 점수는 우수하다는 뜻이 아니고 낮은 점수는 부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높은 사회적 대담성은 발표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낮은 사회적 대담성은 낯선 상황에서 신중하게 관찰하는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3. 하나의 점수보다 전체 조합을 본다

외향성이 같아도 정서적 안정성, 규칙의식과 민감성이 다르면 실제 행동은 달라집니다. 성격은 한 가지 높은 점수가 아니라 여러 특성의 조합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4. 실제 행동과 비교한다

검사 결과를 읽으며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세요.

  • 이 특성이 잘 나타난 최근 상황은 무엇인가
  • 반대로 나타나지 않았던 상황은 무엇인가
  • 누구와 있을 때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가
  • 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높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가
  • 이 특성이 도움이 될 때와 방해가 될 때는 언제인가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 결과 설명이 지나치게 일반적이어서 누구에게나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바넘 효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5. 검사 당시의 상태를 기록한다

검사 날짜와 함께 수면, 기분, 스트레스 수준, 검사 목적을 적어두세요. 나중에 결과가 달라졌을 때 실제 성격 변화인지 당시 상태의 영향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6. 중요한 결정에는 여러 자료를 사용한다

채용, 진로, 치료계획처럼 중요한 판단을 한 번의 성격검사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면담, 행동 관찰, 경력, 능력과 가치관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심리검사를 임상적으로 해석할 때는 검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실천 박스:검사 결과를 받은 뒤 적어볼 세 문장

  1. 이 결과와 잘 맞는 실제 행동은 무엇인가요?
  2. 이 결과와 다르게 행동했던 상황은 언제인가요?
  3. 이 특성을 바꾸기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환경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

성격특성과 정신질환을 혼동하지 말자

외향성이 낮다고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성이 높다고 불안장애나 우울장애로 진단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젠크의 정신병적 경향 점수 역시 정신증 진단을 뜻하지 않습니다.

DSM-5-TR에 따른 정신질환 진단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 증상의 종류와 지속기간
  • 일상생활과 직업 기능의 손상
  • 본인과 주변 사람이 경험하는 고통
  •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과 발달 과정
  • 신체질환과 약물 또는 물질의 영향
  • 다른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는지 여부

성격검사는 평가의 보조자료가 될 수 있지만, 하나의 점수만으로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커텔과 아이젠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을 숫자로 표현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들의 이론이 모든 질문에 완벽한 답을 준 것은 아니지만, 성격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연구대상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성격검사 결과를 받았다면 “이 숫자가 나를 정의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이 점수가 내 행동을 이해하는 데 어떤 단서를 주는가?”라고 질문해 보세요. 숫자는 사람 전체를 대신할 수 없지만, 실제 경험과 함께 해석한다면 자신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유용한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